제84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온은수, 평소 냉철하기로 유명한 온은수도 그 순간만큼은 당황한 나머지 귀까지 빨개졌다.
온은수는 유예린에게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을 한 뒤 전화를 끊고 얼른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멘탈 붕괴 직전의 차수현도 갑작스레 훅 들어온 온은수와 이 난감한 상황 앞에서 더무 놀란 나머지 몸을 가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알몸 그 상태를 적나라하게 온은수 앞에서 노출을 했다.
방금 전 상황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차수현은 창피한 나머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쥐 구멍이라도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바로 이런 기분이였다니,
지지리 운도 없지, 하필이면 그런 상황을 겪다니.
그러나 잠시 후 차수현은 재빨리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었고 그곳에서 한참이나 멍 하니 서있었다, 이 상황에 누가 또 들어온다면 그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
옷을 챙겨입은 차수현은 잠옷의 마지막 단추 하나까지 꽁꽁 채워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밖에 서 있던 온은수도 방금 전 장면이 떠오르자 머쓱한듯 침을 꿀꺽 삼켰고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차수현 이 여자, 시퍼런 대낮에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방에서 뭘 하자는 거지? 설마 나를 꼬시려는 속셈인 걸까?
한참이 지나서야 온은수는 방에 온 목적이 물건을 챙기기 위함이였음을 인지하고 방문을 열었다.
들어가보니 차수현은 이미 옷을 입었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표정은 태연한 듯 무척이나 담담했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귓볼과 목을 보니 여전히 충격이 덜 가신 듯 하다.
그 모습을 본 온은수는 갑자기 그녀를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녀한테 천천히 다가가 책을 집어들며 말했다. “대낮에 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다니는 취향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네.”
가까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차수현은 온은수의 말에 또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시작했고 그녀는 촉촉하게 젖어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박또박 말했다. “온은수 씨, 방에 들어올 때는 노크를 먼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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