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장
강기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야에 가녀린 실루엣이 들어왔다. 정라엘이 왔다.
그는 날렵한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조용히 열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누가 오라고 했어?”
정라엘은 거실로 걸어 들어와 그의 앞에 섰다. 강기준은 즉시 조서우를 불렀다.
“조 비서!”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정라엘 역시 침묵을 지켰다.
강기준은 답답한 듯 셔츠의 단추를 거칠게 풀어 헤친 뒤 단호하게 말했다.
“나가.”
정라엘은 길고 우아한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며 그를 바라봤다.
“그럼, 정말 나갈게.”
그녀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뼈마디가 선명한 손이 번개처럼 뻗어 와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다.
강기준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으르렁거리듯 터져 나왔다.
“정, 라, 엘!”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이름을 한 글자씩 뱉어내고 있었다.
정라엘은 천천히 돌아서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불러?”
강기준은 힘주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마치 녹아내리는 용암처럼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미혹향의 약성이 이미 온몸에 퍼져 있었고 그는 오직 강한 의지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타운하우스로 돌아왔을 때부터 눈동자는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의식은 흐릿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눈앞에 있다. 강기준은 그대로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입술을 움직였다. 그리고 손은 그녀의 옷자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정라엘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그의 품속에서 움츠러들었다.
“왜 이렇게 떠는 거야? 남자랑 해본 적 없어?”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짙은 붉은빛을 머금고 있었다.
가면을 벗어던진 성숙한 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은 솔직하고 거침없으며 탐욕스럽고 위험했다.
강기준은 언제나 그녀를 문란한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그녀는 가볍고 아무렇지 않은 존재였을 것이다.
정라엘은 입술을 깨물고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후려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패했다.
강기준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목을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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