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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장 함정에 빠진 유선영

내 말을 들은 유선영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안민혁에게 계속 의존하기보다는 차라리 유씨 가문을 제대로 경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내 디자인 작업실도 어느새 직원이 30명이나 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성장한 셈이다. 나는 정말 안민혁을 떠나 해외로 간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안후 그룹이 에덴국에 있는 회사로 돌아갈 수도 있고 내 사업에만 몰두할 수도 있다. 굳이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 내 삶을 지배하고 잘 꾸려나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지분도 갖게 되었으니 어느 정도 안정감이 생겼다. 이 지분도 언젠가는 돌려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유선영이 말이 없자 나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서류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 할 일이 많아서요.” 나는 유선영을 더 대꾸하고 싶지 않았고 다만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자 유선영이 가소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희주 씨, 언제부터 남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요? ” “희주 씨 말이 맞아요. 물론 저도 열심히 할 거예요. 남자만 믿는 거보다는 자신을 믿는 게 더 승산이 클 테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다른 용건으로 왔어요.” 유선영이 더는 나와 안민혁의 결혼문제에 대해 꼬투리를 잡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조금 안심했다. 유선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영진 쪽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믿기지 않았어요. 아시다시피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나는 유선영이 대리모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리모는 재벌 가문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이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난다면 대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한재민이 아니었더라면, 안민혁의 엄마도 대리모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두 아이가 연달아 유산되었으니, 안씨 가문도 당연히 불안했을 거다. 안씨 가문에서도 언제까지 한재민이 또다시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전전긍긍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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