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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장 네 가족

안민혁은 내가 문 앞에 있는 걸 느꼈는지 몇 번 문을 두드리고는 더 이상 두드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떠난 건 아니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뚫어지게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가 분명 내가 집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 “오, 오랜만이야...” 나조차도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민혁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도 겁먹었구나?” “응... 좀 무섭긴 해.” 지금 어떤 감정인지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었지만 사실 나는 꽤 긴장하고 있었다. 안민혁이 뒤에 캐리어까지 끌고 온 걸 보고 나는 서둘러 그를 안으로 들였다. 내가 예약한 호텔 방은 그리 넓지 않았다. 안민혁이 들어오니 갑자기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기마저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방 하나 더 예약할까?” 말을 마친 내가 방을 나가려 하자 안민혁은 내 손목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봤고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내일 회사로 돌아갈 거야. 너도 데리고 갈 거고. 네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아무도 그 디자인을 완성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안민혁은 나를 좋아했기에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나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가치가 있어야 했다. 능력과 재능은 나에게 놓고 말해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내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는 듯, 안민혁은 잠시 멈칫했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손도 허공에 멈췄다. “오빠, 사실 나도 놀 만큼 놀았거든. 그래서 내일 회사로 돌아갈 생각이었어.” 나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 며칠 더 놀고 싶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민혁이 찾아왔으니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안민혁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힘없이 소파에 앉았다. “희주야, 왜 또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뭘?”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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