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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장 손을 잡다

안소연은 내 말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가족 중 누군가가 말기 환자, 그것도 문제투성이인 말기 환자와 결혼하는 걸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내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기에 바라는 것도 없었지만 내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런 건 아니었다. 회진하러 들어온 의사는 내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난감한 표정으로 기침했다. “몸 상태가...” “아주버님, 언제 의사로 전향하신 거예요?” 나는 배진수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마스크 벗어요. 다른 사람도 없는데 무슨 마스크래요.” 간병인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찾아왔기에 배진수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배진수는 마스크를 내리고 나를 내려다봤다. “정말... 아픈 거예요?” “아니면요? 나도 이게 거짓이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옆에 있는 생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아서 마셔요. 접대한답시고 굳이 일어나진 않을게요.” 배진수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제수씨를 찾아온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어요.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말할게요. 내가 여기를 떠날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제수씨는 진욱이 좀 잡고 있어 줘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진수를 바라봤다. “제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몸 상태로 배진욱을 도와 이미지 메이킹하거나 누명을 대신 써주긴 해도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배진수가 혀로 입술을 적시더니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갇혀 살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치료하러 가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는데 이건 제수씨 목숨을 앗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가만히 있을 거예요?” “아주버님, 핵심만 말해주세요.”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아까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배진수는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거짓 죽음으로 도망갈 수 있게 도울게요. 소성진이 형부니까 흔쾌히 동의할 것 같은데. 배진욱이 이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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