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4장 발을 빼다
강유정은 내가 해탈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내가 너무 차분해 보여 결국 믿을 수밖에 없었다.
소성진은 안민혁이 외국에서 가져온 특효약 덕분에 내가 깨어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순간 치밀어 오른 화를 이기지 못해 심장과 뇌, 혈관까지 영향받았다고 한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백 년은 넘게 산 몸을 가지고 있으니 언제든 저승사자가 찾아와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좋은 친구들을 둔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누구도 내게 내 몸이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상태가 괜찮고 죽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간병에 아무도 남기지 않고 박혜수만 남겼다. 날씨가 좋아 보이자 박혜수가 나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겠다고 했다.
“원래도 피부가 하얀 편인데 햇볕이라도 쬐지 않으면 더 핏기 없어 보일 것 같아요. 예쁜 두건 하나 샀어요. 요즘 여자애들이 이걸 쓰는 거 좋아한다면서요.”
박혜수는 내가 가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두건을 샀지만 두건을 쓰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는 건 모르는 것 같았다. 두건을 써도 내가 아프다는 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박혜수의 호의를 받아들여 두건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기자들을 데리고 나타난 배진욱을 발견했다.
“희주야, 너무 잘됐다. 난 네가 괜찮을 줄 알았어.”
배진욱이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내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강희주, 앞으로 내가 잘 챙겨줄게. 우리 영원히 함께하는 거야.”
배진욱은 내가 다칠까 봐 걱정하는 사람처럼 목소리도 행동도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런 배진욱을 웃으며 바라봤다.
“입원한 지 며칠이나 됐는데 왜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어? 나를 생각해도 너무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은 건가? 죽었을까 봐 걱정했지?”
죽기 전엔 하는 말도 곱다고 나는 이제 무서울 게 없었다. 배진욱이 데려온 기자라 내 편에 서 있을 리도 없었고 불리한 영상은 잘라버리겠지만 그래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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