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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장 붕괴

그날 밤 나는 깊이 잠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떴을 땐 소파에 아무도 없었다. 순간 어젯밤 일이 떠오르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이 달아오르다니, 이런 감정에 휘둘리는 내가 한심했다. 안민혁은 혜수 언니에게 아침을 사 오라고 부탁하고 나에게 푹 쉬라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나는 마음이 설렜다. 그러나 곧바로 걸려온 고채영의 전화에 내 오른쪽 눈꺼풀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채영아,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우상 빌딩 일부가 무너졌어. 지금 다들 현장으로 가는 중이야. 디자인팀 팀원들도 모두 출동했어.” “희주야, 절대 병실에서 나가지 마. 이거 뭔가 이상해. 알겠지?” 고채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고 휴대폰을 들고 있는 나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곧바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떴는데 윤지와 유진이가 우상 빌딩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했다. 우상 빌딩은 준공도 되기 전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붕괴 현장이 찍힌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 퍼졌다. 붕괴 면적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 사건은 건축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내가 맡았다. 그런데 왜 이런 대형 사고가 발생한 걸까? 디자인안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려 했지만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이런 복잡한 문제를 오래 고민할 수 없었다. 공사 중의 사소한 실수라도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에 그저 앞으로 더 큰 사고가 없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숨길 수 없는 법. CT 검사를 받으러 나갔는데 병실 앞에서 기자들이 나를 둘러쌌다. “강희주 씨, 우상 빌딩을 직접 디자인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붕괴 사실 알고 계신가요?” “혹시 디자인 실수로 이런 사고가 난 건가요?” “당시 배진욱 씨가 한 모델과 스캔들이 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혹시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재연 그룹 측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들었습니다. 병원에 숨어있는 이유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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