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장 이제 우리는 정말 안되는 거야?

“진욱 씨랑 최지연 사이에 아이까지 생겼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어?” 소유진은 내 앞을 가로막으며 배진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나도 배진욱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할 말은 다 했어. 더 이상 할 말은 없어.” “아니, 강희주. 난... 난 단지 너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나도 알아. 다 내 잘못이라는 거. 애초에 널 믿어야 했어.” 배진욱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자신의 옷자락을 힘껏 움켜쥐고 서 있었다. “미안해. 난 정말 몰랐어. 그래도 내가 미안해. 몰랐다고 해도 너한테 그러질 말아야 했어. 사실 네가 귀국했을 때 기뻤어. 너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기뻤어. 하지만 이 빌어먹을 자존심이... 그때는 네가 날 배신했다는 생각에 자존심을 되찾아야겠다고만 생각했어. 그래서...” “그래서 매일 여자를 바꿔가며 만난 거야? 유시은 같은 여자를 회사까지 들여가면서 강희주를 화나게 한 거야? 수술해야 해서 돈이 필요할 때도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안 준 거야? 그 돈으로 애인한테는 각종 주얼리를 사다 바치면서?” 소유진은 자비 없이 배진욱의 말을 끊었다. “배진욱, 넌 네가 한 말이 믿겨? 네가 강희주라면 널 용서할 것 같아?” “유진아.” 나는 소유진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앞으로 배성훈과 잘 이어진다면 배진욱과는 계속 봐야 할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가 나중에 곤란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다시 한번 힘껏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소유진은 그제야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 병상에 앉았다. 나는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배진욱을 바라보았다. “배진욱, 오늘 할 말은 다 했어. 우리 둘 다 잘못했으니 이대로 끝내. 그래도 사과해야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 사과 받아줄 테니까 이제 가.” 배진욱은 내가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듯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상처로 인해 통곡하고 아파한 적이 있다 보니 이제 더 이상 흐를 눈물이 없었다. 의사도 감정이 격해지면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 나는 이제 가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