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4장 고마워요 아저씨

다음 날 아침 일찍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배성훈을 지도했던 교수님의 제자가 나를 마중 나왔다. 사실 나는 반쯤은 낙하산으로 입학한 셈이라 조금 마음이 찔렸다.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디자인 특허를 보자 교수님은 꽤 만족스러워하며 나 같은 창의적인 학생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이내 학교 기숙사에 배정되었고 룸메이트는 나와 같은 국내 유학생이었다. 다만 그녀는 중학생 때부터 스턴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강희주? 이름 정말 예쁘네요. 저는 안소연이에요. 그냥 편하게 소연이라고 불러요.” “소연 씨도 이름이 예쁘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안소연은 전형적인 부잣집 딸이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약간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그만큼 마음이 단순하고 순수했다. 그래서인지 소유진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그런데 내가 라면 한 봉지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안소연은 한숨을 푹 쉬었다. “세상에, 너 진짜 유학생 맞아? 왜 라면을 안 챙겨왔어? 김치도 안 가져왔어?” “강희주,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렇게 말라서는 곧 승천하려고?” 소성진이 내 가방에 넣어준 육포 두 봉지를 꺼내 안소연에게 건네자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촌 언니가 오창시에 있다며? 좀 더 많이 보내달라고 하면 안 돼? 나 치즈도 먹고 싶어.” 안소연은 입을 샐쭐거리며 말했다. 나는 결국 강유정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강유정과 소성진은 꽤 가까워진 상태라 내가 먹고 싶은 걸 얘기하자마자 흔쾌히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침 우리 소 교수님 동료가 스턴국에 갈 일이 있어. 그분한테 부탁할게.” “또 뭐 먹고 싶어? 그런데 너 간식만 필요하고 난 안 보고 싶지?” 영상통화 속 강유정의 얼굴은 사랑에 푹 빠진 사람처럼 환해 보였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배진욱과 이혼한 뒤로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잘되고 있었다. 고채영은 디자인팀에서 더 이상 트집 잡는 사람도 없고 최지연은 오로지 태교에만 신경 쓰며 배진욱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장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