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3장 새로운 기회의 시작
이혼신청서를 제출하는 순간 배진욱의 목울대가 몇 번이나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는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반면 나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소유진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드디어 남남이 되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저 구청을 나섰다. 배진욱은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희주야...”
그때 배진욱이 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우리... 그래도 친구는 될 수 있는 거지?”
“아니.”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다.
우리 사이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질 수도 없었다. 이미 엉킬 대로 엉켜버린 관계라 굳이 따져봐도 답이 없을 테니까.
다만 이 순간 모든 걸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배진욱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 그럼 잘 있어.”
“강희주!”
배진욱이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그 순간 나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배진욱은 잘 울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그는 꿋꿋이 참아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많이 야위었고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배진욱이 한 달 동안 나를 여러 번 찾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나도 병원 밖을 나오지 않았다.
내 병이 재발한 이후로 배진욱은 한 번도 병원에 찾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도 운명의 장난일지 모른다. 마치 시스템 오류처럼 그는 내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 둘이 이렇게 헤어지는 게 하늘의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30일은 길게 느껴졌지만 막상 지나 보니 정말 짧았다.
나는 우리 두 사람의 지난 몇 년을 곱씹어 보았다. 문득 이 이별이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결국 이별하는 커플도 많으니까.
배진욱이 내 손을 잡으려 할 때 갑자기 최지연의 목소리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