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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수술비 마련

나의 몰골은 확실히 말이 아니었다. 3개월 전 암이 재발하면서 뼈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유시은은 청순하고 귀여웠다. 특히 커다란 눈이 대학 시절의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지금의 나는 금방이라도 죽어갈 듯 음침했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동료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대표님 사모님한테 지극정성이세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역시 이곳에도 배진욱이 나에게 진심인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빨리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현실이다. 유시은은 입을 삐죽이더니 금세 태도를 바꿨다. “강희주 씨, 대표님은 회의 중이세요.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볼 일이 있으면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자신은 들어갈 수 있지만 나는 안 된다는 자랑이었다. 유시은의 미소는 아주 예뻤다. 그 속에 담긴 적대감이 나를 향한 것만 아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게도 정말 나와 닮아 있는 모습이었다. 배진욱이 3개월이나 만날 만했다. 전에는 며칠만 가지고 놀다가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진욱도 나의 반응이 궁금할 뿐이라고 알렸다. 처음에 나는 내연녀 문제로 다투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배진욱이 더 심한 행동만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못 본 체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신혼집 한가운데서 차마 못 볼 꼴을 보여도 덤덤하게 문 닫아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유시은은 집에 데려온 적 없었다. 회사 단톡방에는 둘이 영화를 봤다는 둥,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먹었다는 둥, 커플룩을 입었다는 둥... 여러 소식을 봤다.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하는 연애 같았다. 학교 다니던 시절 나도 한 적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유시은을 바라봤다. “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커피 한 잔 타 줄래요? 우유랑 설탕도 넣어서요. 부탁해요.” 내가 이토록 덤덤할 줄 몰랐던 유시은은 곧바로 언성을 높였다. “당신이 뭔데 날 심부름시켜요? 하, 재수 없어.” “내가 뭐냐고요?” 나는 감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유시은을 바라봤다. 유시은은 잠깐 멈칫하다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예전의 나 못지않게 당돌한 모습이었다. 배진욱이 이런 사람을 찾았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였다. 다른 직원이 커피를 타서 가져왔다. 곁에서 유시은은 뭐라고 욕설을 내뱉었고, 그 직원은 당황한 얼굴로 도망갔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시은 씨도 그렇게 당당하지는 않은가 봐요.” 어느 말에 자극받은 것인지 유시은은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뭘요?!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예요! 대표님은 당신한테 관심 없어요! 당신이 억지로 매달려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거울이나 봐요. 당신 같은 사람을 누가 쳐다보기나 하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나를 쫓아내려는 듯 잡아끌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오늘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진욱이 결혼 1주년 기념일에 금발 머리 여자를 신혼집에 데려온 날로 나의 마음은 식었다. 내 아까운 시간을 배진욱에게 쓸 가치는 없었다. 곁에 있던 직원들이 부랴부랴 다가와서 유시은을 말렸다. 유시은은 혼자서 반항하다가 나의 커피를 엎지르고 넘어졌다. 손에는 자그마한 상처가 났다. 유시은은 곧바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나의 몸에 엎질러진 커피는 검은색 옷을 입은 덕분에 크게 알리지 않았다. “강희주, 너 이런 사람이었어? 왜 애를 때리고 그래?” 배진욱의 목소리가 들려서 머리를 드니, 두 사람은 이미 부둥켜안고 있었다. 유시은의 손에 난 상처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상처에도 배진욱은 속상해 보였다. “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약품 상자 가져오지 못해? 김 비서, 의사한테 연락해서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의 장면을 바라봤다. 유시은의 득의양양한 표정도 함께 말이다. 그녀가 대체 무엇에 득의양양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남자의 사랑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쳐진 사람은 나지만, 다음은 누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나의 시선에 자극받은 듯 유시은의 눈시울은 또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서러운 목소리로 배진욱에게 애교를 부렸다. “죄송해요, 대표님. 다 제 탓이에요. 제가 일을 잘 못해서 사모님 심기를 건드렸어요. 근데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사랑에 빠진 게 죄예요? 제가 대표님이랑 사랑에 빠진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유시은은 우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배진욱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나를 죽어라 노려봤다. “왜 왔어? 너 요즘 출근 안 하잖아.”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출근 안 하는 것도 아는 줄은 몰랐다. 나는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을 빤히 내려다봤다. “내 카드로 2000만 원 입금해.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배진욱은 원수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유시은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이거 고소하면 일이 꽤 번거로워지는 거 알지? 30분 줄게. 만약 입금되지 않는다면 법원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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