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임신 아닙니다
배진욱은 나의 싸늘함에 당황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예전에 졸졸 쫓아다녔던 사람이 이제는 필요 없다고 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아마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 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욱한 배진욱은 갑자기 세면대 있는 쪽으로 날 밀어붙였다.
“필요 없다는 게 무슨 뜻이야? 사모님이면 여러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어떻게 필요 없을 수가 있어.”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를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가장 필요할 때는 주지 않더니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 이제 와서 주고 싶어 안달이다.
“왜 웃어?”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의 모습을 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배진욱,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그렇게 체면이 중요하면 나 대신 유시은랑 같이 다니면 되잖아.”
“수천만 원짜리 목걸이에 신상 명품 가방까지 들고 다니더라? 너도 걔를 엄청 사랑하잖아. 나 대신 그런 사람이 사모님 자리에 더 어울려. 안 그래?”
나는 짜증스럽게 그를 밀어내고 곧바로 식탁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논쟁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고 이제는 그러고싶 지도 않았다.
불과 3년 만에 서른 살이라도 늙은 듯 모든 게 지겨웠다.
배진욱은 침울한 얼굴로 따라오더니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노수영은 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희주야, 토한 지 얼마나 됐어? 계속 헛구역질 나오는 거지?”
김현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리는 제때 오는 거니?”
다음 질문이 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임신했다고 오해했고 난 이 상황이 그저 우스웠다.
입을 열기도 전에 배성후가 태이블을 내리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잘됐네. 이제 우리 배씨 가문에도 후계자가 생기는구나. 정말 장하다.”
기뻐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차마 환상을 깨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걸 깨뜨리지 않고 질질 끌면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더 실망할 뿐이다.
나는 곧바로 잔을 들어 와인을 마셨고 노수영과 김현영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요즘 위가 안 좋아서 헛구역질하는 것뿐이에요. 임신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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