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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안 올 거면서

“갑자기 또 왜 이래. 미쳤어?” 배진욱은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다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반복했다. “이혼하자.”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여전히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는 놓아줄 법도 한데 말이다. 말없이 떠났던 그때의 나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거라면 3년은 충분하지 않을까? 떠난 시간이 2년인데 3년 동안 괴롭혔으면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제 서로에게 빚진 것도 없으니 미련 없이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배진욱은 고개를 돌리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강희주,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내 관심을 끌기 위해 하다못해 이혼을 들먹여? 내가 못 해준 게 있어?”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못 해준것 보다 해준 걸 찾는 게 더 쉬웠다. 내연녀를 집까지 들여보낸 인간이 가족 식사에 날 부른 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내 체면을 세워주는 거라면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박하기도 전에 다시 속이 메스꺼워졌고 나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미친 듯이 토했다. 저녁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결국 신물까지 토해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했다. 배진욱은 끊임없이 내 등을 두드리다가 물 한 잔을 건넸다. 평소보다 조금 긴장한 게 느껴졌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배진욱은 갑자기 나를 안았고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움직이지 마. 이대로는 안 되겠어. 병원 가자.” “싫어.” 나는 병원에 가기 싫어서 힘껏 그를 밀쳤다. 부작용은 점점 더 심해질 텐데 고작 이런 거로 오바하는 그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배진욱은 짜증이 나는 듯 더욱 세게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현관에 도착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곧이어 유시은 전용 벨소리가 들려왔다. 배진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비로소 나를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진욱 씨, 정말 날 버릴 거예요?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난 아직 진욱 씨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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