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장 매달리다

난 내가 무슨 정신으로 배씨 저택을 벗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배성후는 나더러 급해 말고 자신이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지연이 배씨 저택에 들어갔고 배진욱은 그녀를 감쌌다. 그리고 날 바라보던 최지연의 경멸의 눈초리까지... 그 순간 모든 상황이 설명되었다. 배진욱이 최지연을 선택하고 최지연이 또 어떤 수단으로 그를 세뇌했다면 배진욱은 다시 날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심리학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는데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대체 최지연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배진욱은 어느 날 인가 반드시 기억을 찾게 될 것이다. 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보니 이튿날 회사로 출근을 한 후에도 정신이 흐리멍덩했다. 나와 배진욱은 그녀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도 없었는데 최지연의 행동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 조회 시간 난 말실수를 세 번이나 해버렸고 서둘러 조회를 끝냈다.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날 보며 고채영이 잠시 보자며 복도로 불렀다. “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 어르신 생일에서 작은 소동이 생겼다고 듣긴 들었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채영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과거에 내가 혹시 최지연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 있어?” “뭐?” 고채영은 내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난 정말 머리를 짜내도 짚이는 게 없었다. 대학 4년 동안 함께 한 룸메이트인데 대체 무슨 죄를 저지르면 이런 보복을 할 수 있는 걸까? 정말 원수 사이였다면 애초에 연락조차 하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난 정말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올라타려는 배진욱과 최지연이 보이자 난 빠르게 달려가 말을 전했다. “진욱아 오늘 오후면 전문의가 한국을 떠날 거야. 그 전에 검진 한 번만 받아봤으면 좋겠어.” 한번 검진을 제대로 받아보면 무슨 문제인지 잘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배진욱이 거절하기도 전에 최지연이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