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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장 지금도 괜찮아

병원을 찾은 의사들이 모두 국내외 유명한 전문의라는 걸 확인하고 난 그제야 안심했다. 배진욱이 검진 후 기억을 되찾을 생각을 하니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날 저녁 다시 배씨 저택으로 돌아간 나는 배성후를 설득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건 배씨 저택에 배진욱 뿐만 아니라 최지연도 함께라는 것이었다. 편한 잠옷 차림을 보아하니 이곳에서 지낸 지 꽤 된 것 같았다. 그녀는 날 발견하고 흠칫 놀랐지만 바로 태연하게 표정을 고쳤다. “왜 여기 있는 거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배진욱이 빠르게 달려와 최지연을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내 여자 친구인데 내 곁에 있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여긴 내 집이니까 네가 나가!” 최지연이 배진욱의 팔을 잡더니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주도 중요한 일이 있어 왔을 거야. 임신 중이니까 들어오라고 하자.” “내 아이도 아니잖아!” 배진욱은 불만이라는 듯 입을 삐죽였으나 그녀의 말대로 몸을 비켜섰다. 그의 상태는 정말 이상했다. 성격이 괴팍해진 것 같기도 했는데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전의 배진욱은 정말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도 이렇게 티를 내지 않았다. 기껏해야 뒤에서 푸념이나 할 뿐이었다. 회사 일을 시작한 후 배진욱은 모두가 인정하는 포커페이스 대표였는데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난 마음속 의문을 꾹꾹 누르며 배성후 앞으로 걸어갔다. “할아버지, 소성진 의사의 교수님은 해외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예요. 내일이면 한국에 들어온다는데 진욱이 검진 예약을 잡아뒀어요.” “검진? 너 미쳤어?” 배진욱이 말을 자르고 내 팔을 잡아당겨 밖으로 끌었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병에 걸린 건 너잖아. 내가 왜 검진을 받아?” “진욱아 희주 임신 중이야!” 최지연은 다급해 보였지만 직접 말리지는 않았다. 배진욱은 사나운 얼굴로 당장 날 집어삼킬 것처럼 굴었다. “배진욱!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배성후는 도우미들에게 눈짓했고 집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우리 둘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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