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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장 너만 몰랐어

“룸메이트라 얼굴 붉힐 일 만들기 싫어 비밀을 지켜줬는데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록 변하게 없어?” “배진욱이 아픈 틈을 타 옆을 노려? 너 정말 양심이 있긴 해?” 고채영은 너무 화가 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손끝도 점점 차가워졌다. 하지만 제일 차가운 건 내 마음이었다. 난 최지연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과거의 최지연과 배진욱이 안면이 있는 사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진욱 주변에 여자가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이 아르바이트했기에 알고 지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었다... 난 그동안 최지연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하지만 그녀가 이런 비밀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지연이 배진욱 좋아해?” 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채영을 바라봤다. 고채영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만 몰랐어. 하다 하다 장승희도 눈치챘는데.” “같은 기숙사 살면서 어떻게 눈치채지 못할 수 있어?” “배진욱이 왜 식당 아르바이트 그만둔 것 같아? 그게 다 최지연이 하도 매달려서 그런 거야.” 어느새 고채영의 목소리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최지연은 여러 번 고채영을 밀어내려 시도했지만 고채영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난 그제야 대학 시절 두 사람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새내기 시절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배진욱이 일을 그만두자 얼마 되지 않아 최지연도 그만뒀었다. 최지연에게 식당 아르바이트는 시간도 적당하고 끼니도 챙겨주는데 왜 그만뒀냐고 물어봤었다. 그녀는 식당 아르바이트 시급이 너무 낮아 차라리 장학금을 노리겠다고 답했다. 그땐 홀로서기를 하는 최지연이 대단하게 보며 거의 매일 점심을 내가 샀다. 어느새 최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몸의 힘도 풀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고채영을 밀어내려 애썼다. “그 입 닥쳐! 닥치라고! 다 거짓말이야.”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고채영이 최지연을 다른 한쪽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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