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허이준은 손에 든 막대기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세 남자를 후려쳤다.
땅에서 간신히 일어난 김소정은 겁에 질린 채 찢어진 옷깃을 여미며 몸을 웅크렸다.
얼굴 한쪽이 피로 물들어 그 모습은 귀신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맑고 순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동시에 서러움과 원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지헌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이제 완전히 나를 미워하겠군.’
허이준은 손에 든 막대기를 미친 듯이 휘둘렀고 그 기세에 놀란 세 남자는 겁을 먹고 황급히 도망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정지헌은 망원경을 집어 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
“허이준, 저 느림보 같은 자식! 이제야 나타나다니!”
양지민은 곤란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대표님도 참, 무슨 염치로 다른 사람을 탓하시지. 남도 아니고 자기 아내인데 이렇게까지 참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셔.’
정지헌은 얼굴을 굳히며 문득 물었다.
“양 비서, 방금 산골짜기 근처에서 작은 불꽃 같은 게 보였어?”
양지민은 놀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계속 사모님을 주시하느라 다른 건 못 봤습니다.”
정지헌은 다시 망원경을 들어 산골짜기를 살폈다. 하지만 이미 그 불빛도 그곳에 숨어 있던 그림자도 사라진 뒤였다.
그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방금 누군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골짜기를 지켜보고 있었어.”
양지민은 경악하며 물었다.
“누구였을까요?”
정지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두워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꽤 영리한 놈일 거야. 우리가 방금 움직였다면 분명 우리의 존재가 노출됐을 거야.”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그들을 괜히 경계하게 만들어, 이후 이 여자를 이용해 배후에 있는 자들을 잡아낼 기회를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한편 허이준은 김소정을 부축하여 가까운 바위에 앉혔다.
여자의 얼굴에 묻은 피는 이미 닦였지만 얼굴 한쪽에는 바닥의 자갈에 긁힌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울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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