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장

그곳은 어둠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왜 아직도 안 와? 차를 몰고 오면 1분도 안 걸릴 거리인데...’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차의 그림자는커녕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차에 시동을 걸었다면 헤드라이트가 켜졌을 텐데, 여전히 깜깜하기만 하다. 결국 차가 애초에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정지헌이 이미 이곳을 떠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김소정의 몸은 얼어붙었다. 등골을 타고 공포가 서서히 기어 올라왔다. 세 남자가 점점 다가오자 김소정은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잠깐, 잠깐만요! 할 말이 있어요.” 세 남자는 멈춰서 그녀를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쁜이,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거야?” 그들 중 한 명이 김소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몸을 떨며 말했다. “저를 풀어주시면 큰돈을 드릴게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웃기고 있네! 네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그렇게 아끼고 살던데, 너희 집에 무슨 큰돈이 있다는 거야?” “맞아. 돈 많은 척하지 마. 진짜 웃긴다.” 김소정은 휴대폰을 꽉 쥐며 조용히 말했다. “진짜예요.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그녀의 ‘비밀’이라는 말에 세 남자는 관심을 보이며 그녀를 주시했다. “사실 저는...” 김소정은 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된 틈을 타 손에 든 휴대폰으로 두 명의 머리를 힘껏 내리찍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남은 한 명은 멍하니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김소정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미터도 채 가지 못해 돌멩이가 날아와 그녀의 다리를 강타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앞으로 넘어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그 충격에 얼굴이 땅에 닿아 긁혔고 찢어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세 남자가 금세 따라와 그녀를 땅에 눌렀다. 휴대폰으로 맞은 두 명은 화가 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더러운 년! 감히 우리를 속여? 오늘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