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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장

김소정은 고개를 들어 허이준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선배가 제때 와줘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그녀는 차마 그 이후의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 정지헌이 차를 세웠던 방향을 바라보던 김소정은 눈가에 짙은 원망이 서렸다. 한참 그곳을 바라보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걸어갔다. 허이준은 놀라 급히 그녀를 따라붙었다. “소정아, 어디 가는 거야?” 김소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눈이 붉게 충혈된 그녀는 오직 어두컴컴한 그 구석만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그녀가 도착한 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정지헌의 차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렸다. ‘진짜 가버린 거였어... 애초부터 내가 죽기를 바랐던 거야...’ 그녀는 두 손을 꽉 쥐고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강렬한 서러움과 분노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지헌, 독한 놈!” 눈시울이 붉어진 김소정은 이를 악물며 냉소를 지었다. 이내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망설임 없이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애교 섞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지헌 씨 찾아요? 지금은 통화가 어려운데 무슨 일이에요? 내가 전해줄까요?” 목소리의 주인이 신지수라는 사실을 김소정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 결국 신지수한테 간 거였어.’ 김소정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음이 나오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대체 뭘 기대한 거지?’ 허이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불안한 듯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소정아, 무슨 일이야? 무섭게 왜 그래?” 김소정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선배는 숙소로 돌아가서 쉬어.” “소정아...” “선배, 차 좀 빌려줘. 잠깐만 써도 될까?” 김소정의 부탁에 허이준은 얼른 대답했다.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 그냥 혼자 갈게.” 김소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신씨 가문 저택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허이준은 김소정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집요함에 더는 말리지 못했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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