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온서우는 이른 아침에 정서준을 여기서 마주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둘의 시선이 잠시 맞닿았다. 몸의 통증으로 인해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있던 온서우는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타.” 정서준의 목소리는 차가운 데다 살짝 쉰 듯했고 피로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 온서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차 문을 열고 조용히 올라탔다. 그녀가 차에 타는 순간 정서준의 굳어 있던 입가가 살짝 풀리더니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안전벨트 매.” 온서우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뻗어 안전벨트를 당기기 시작했다. 왼손이 다친 탓에 오른손으로만 벨트를 매려 했으나 온몸이 부딪혀 뼈마디가 다 풀어진 듯한 통증이 계속 밀려와 안전벨트를 끌어당기는 작은 동작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앗’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다친 거야?” 정서준은 그녀를 한번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냉철한 기운이 감도는 눈빛이었다. 그는 차를 몰고 왔을 때 온서우가 땅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것을 보고 단순히 넘어져서 다친 줄로만 알았다. 정서준은 온서우를 위아래로 훑었으나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온서우는 뭐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온몸이 욱신거리고 아파 손끝만 닿아도 고통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가가 빨개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가 결국 고개를 숙이고 힘겹게 말했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건데?” 정서준은 답답한 마음에 이마에 핏줄이 섰고 상체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물었다. 온서우는 어쩔 수 없이 왼팔을 살짝 들어 올려 소매를 걷어 보여주었다. 가늘던 손목이 한층 부어올랐고 시퍼렇게 멍든 부분이 하얀 피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보기에도 끔찍했다. “여기요.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요. 조금 전에 자전거 바퀴에 깔렸었어요.” 정서준의 시선이 그녀의 멍든 손목에 머물렀다. 그는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곧 몸을 기울여 온서우 쪽으로 다가갔다. 온서우는 그의 넓은 어깨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오른손으로 본능적으로 바짓자락을 꽉 움켜쥐고는 눈을 동그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