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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정상철과 진미숙은 아침 7시 40분에야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나오기에 지금 식탁에는 온서우와 장정희 두 사람뿐이었다. “서우야, 먼저 따뜻한 국 한 그릇 먹어.” 장정희는 온서우 앞에 국그릇을 놓고는 다정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온서우는 그릇 옆의 숟가락을 들고 미소 지었다. “아주머니, 아침에 저를 깨워주시고 이렇게 일찍 아침도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장정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어미닭이 새끼를 바라보듯 따뜻한 눈빛으로 온서우를 바라보았다. “어서 먹어, 서우야. 오늘 시험이니까 늦으면 안 되지.” 장정희의 애정 어린 눈길을 받으며 온서우는 따뜻한 죽을 다 먹고 반쪽짜리 빵도 하나 먹었다. 그녀는 워낙 소식하는 편이라 이 정도면 충분했다. 장정희는 온서우가 식사를 끝내자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기다려. 내가 네 물건들 챙겨올게.”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서랍장에서 몇 가지 물건을 챙겨 손에 들고 나왔다. “자, 서우야.” 장정희가 온서우에게 물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혹시 빠진 건 없는지 한 번 확인해 봐.” 온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확인했다. 수험표, 사진 작품집, 자신이 쓴 글이 실린 신문과 잡지, 그리고 필기구까지 모두 있었다. 온서우는 하나하나 확인한 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 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장정희는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잘 챙겨서 다행이야. 시험 잘 보고 와! 이제 어서 출발해.” “네!” 온서우는 물건들을 작은 가방에 넣고 장정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문을 나섰다. 온서우는 대문 밖까지 나와서야 가방을 열어 수험표를 다시 확인했다. 하나는 방금 장정희가 건네준 것인데 멀쩡했다. 그러나 또 다른 수험표가 가방 안에 있었는데 그것은 이름 부분이 검게 지워져 있었다. 이런 상태의 수험표로는 군악대 입구조차 통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수험표엔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사실 온서우는 일부러 가짜 수험표를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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