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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정상철도 그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온서우는 감히 정서준의 방에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삼촌, 이모,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여기에 있으면 영감이 많이 떠올라서 나름 좋아요.” 진미숙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래도 안 되지. 이러다가 눈이 나빠지면 어떡하려고? 네 눈이 얼마나 반짝거리고 예쁜데 잘 보호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서준이는 보통 집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연락하는 편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상철도 말을 보탰다. “서우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거라. 설사 그 녀석이 돌아왔다고 해도 무서워할 것 없어. 그 아이도 스물다섯이 되었으니 진작 독립했을 나이이지. 군대에서 신청만 하면 집을 마련해 준다는데 그 녀석이 아직 신청하지 않은 모양이야.” 온서우는 그래도 무작정 방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삼촌, 이모, 그러면 미리 오빠한테 얘기해주세요. 오빠 방인데 제가 막무가내로 들어가면 실례일 것 같아요.” 진미숙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서우는 참 예의 바른 아이야. 내일 아침 일찍 연락할게. 그래도 오늘 밤엔 어차피 집에 없으니 그 방에서 지내거라. 이모가 이불도 펴줄 테니까 피곤하면 그 방에서 쉬어.” 진미숙은 온서우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끌었다. 너무 친절한 진미숙을 더 거절하기도 뭐했고 벌써 10시가 다 되어갔으니 정서준이 오늘 밤엔 돌아오지 않을 거로 생각해 고분고분 말을 따랐다. 책상에서 조금만 더 글을 쓰다가 다시 제 방으로 돌아가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진미숙은 손놀림이 아주 빨랐는데 바로 이불을 꺼내고 깨끗하게 새것으로 갈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온서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우야, 다 되었으니 이제 안심하고 공부하거라. 이모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그리고 친절하게 책상 스탠드까지 켜주고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 온서우는 방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비록 정서준은 없었으나 방 안 가득한 상장과 깔끔하게 정돈된 책들, 그리고 선반 위에 올려 둔 비행기 모형까지 정서준의 존재를 시시각각 알려주고 있었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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