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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통화를 마치고 정서준은 여전히 안심되지 않았다. 게다가 순한 양 같은 동생 정재욱의 옆에 잔머리만 굴리는 여자가 있다는 것에 걱정이 많아졌다. ‘안 되겠어. 직접 집을 다녀와 그 여자를 한번 만나봐야겠어.’ 입구에서. 지예슬과 주지영이 다시 나타났는데 도시락에 담긴 소고기 조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게 보였다. 뾰로통해 보이는 주지영을 보며 정재욱은 제 형에게 통하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소고기 한 점 비우지 못한 걸 보면 답이 나왔다. “서우야 가자. 오빠랑 같이 들어가자.” 정재욱이 다정하게 온서우를 불렀다. 정재욱이 온서우와 함께 들어간다는 소리에 주지영이 바로 입꼬리를 내렸다. 온서우와 정서준이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냉소를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재욱아, 너도 군인 가족인데 왜 이렇게 룰을 몰라? 기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겉과 속이 다른 여자를 어떻게 신성한 기지에 데리고 갈 수 있어? 누군 말로만 남자 필요 없다고 하더니 사실 좋은 사람 찾아 신분 상승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잖아!” “누나,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주지영의 비꼬는 말에 정재욱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정서준에게 당한 걸 풀 곳이 없던 참에 정재욱이 먼저 틈을 보이자 주지영은 참지 않았다. “너 정말 왜 이렇게 멍청해? 저 사람이 너희 가문 이용하는 걸 모르겠어? 저 화려한 차림을 좀 봐봐. 다른 남자의 시선을 받고 싶다고 광고하는 거잖아. 게다가 공군에게 시집가려고 하다니, 정말 눈 씻고 거울이나 좀 보라고 해!” 이름만 밝히지 않았을 뿐 온서우를 가리키는 게 확실했다. 그러나 온서우는 하나도 당황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이었다. 무슨 핑계를 대어 정서준과의 만남을 피할까 고민하던 참에 주지영이 좋은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주지영의 표정을 보아하니 방금 안에서 된통 당한 듯싶고 지금 정서준을 만나봤자 좋은 말을 듣지 못할 게 뻔했다. 그러니 주지영이 막아서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면 번듯한 핑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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