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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낙청연은 고집스레 말했다. “거래라고 했으니 제가 먼저 성의를 보였습니다. 그러면 왕야께서도 성의를 보여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제 어머니의 유물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낙월영의 손에서 먼저 가져와야지 않겠습니까? 왕야께서 먼저 보관하고 계시다가 제가 취살대진을 해결하면 그때 건네주시지요.” 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 거래가 끝나게 되면 수세를 써주세요. 다시는 왕야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부진환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고 눈동자에는 티 나지 않게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수세를 써달라니? 웃기는 소리였다. 모친의 유물이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이렇게 될 것이었으면 애당초 왜 온갖 수단을 써서 낙월영 대신 시집을 와 그의 모든 계획들을 망쳐 놓았던 것일까? 낙청연이 한 말 중 진심이 담긴 말이 있는 걸까? 부진환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낙청연은 화를 참으며 최대한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말했다. “왕야께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제가 되면 그만이죠. 수세는 제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부진환은 미간을 찡그리며 더욱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가 수세를 써서 나와 연을 끊겠다는 말이냐?” 낙청연은 그의 말에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라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치더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부진환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혹시 약속을 어기시려는 것입니까? 천궐국을 뒤흔드는 당당하신 섭정왕이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시는 비겁한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녀는 낯짝 두껍게 부진환에게 계속 매달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낙청연이 아니었고 부진환을 죽도록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단지 낙청연 어머니의 유물을 되돌려 받아 자신의 의문을 풀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를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 사이에 이미 약속된 일이었다. 그녀의 말에 부진환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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