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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마지막엔 등 어멈이 관사 영패(令牌)를 가지고 가서야 약방에서 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내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진귀한 약재들은 전혀 받지 못했고 흔히 볼 수 있는 약재들만 챙길 수 있었다. 지초는 이를 통해 왕야의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명백히 느꼈다. 하루 동안 정양하고 난 뒤 낙청연은 간신히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아직 몸이 많이 허했지만 고통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아침 일찍 낙청연은 등 어멈과 지초, 그리고 몇몇 종복들을 데리고 정원에서 바삐 돌아쳤다. “여기 물속에 있는 비휴(貔貅)를 옮기거라.” 낙청연은 개울가 옆에 서서 말했고 두 종복이 앞에 나서 그것을 들어보았다. “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사옵니다.” 등 어멈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옮기지 못하겠으면 사람을 더 불러서 옮기거라.” 두 사람은 그녀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사람을 부르러 갔다. 개울가 안에 있던 비휴를 옮기고 난 뒤 낙청연은 위험한 기운이 가득한 석상까지 해결했다. 그렇게 온종일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정원 안에 있는 풍수지리에 좋지 않은 물건들을 대부분 다 정리하게 됐다. 왕부의 많은 이들은 낙청연이 뭘 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저 등 어멈이 관사가 돼서 낙청연이 일부러 저택 안에서 위세를 부리려고 하인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의 명성은 더더욱 나빠졌다. 그러나 다들 새로 부임한 관사의 눈 밖에 날 생각은 없었으므로 대놓고 왕비의 뒷담화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져서야 낙청연은 부진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하니 소서가 그녀를 막았다. “왕비 마마, 여기까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소서가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왕야께서 약속을 이행해주셨으면 해서 왔다.” 낙청연도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쳤다. 소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서방 안에 있는 왕야가 대답하기도 전에 딱 잘라 거절하며 말했다. “날이 어두워졌으니 왕비 마마께서는 내일 다시 오시지요.” 낙청연은 조금 언짢은 얼굴로 방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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