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모함

며칠 후, 나는 차도준이 선물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거울 속, 나의 부드러운 인상은 순백의 드레스 덕분에 더욱 온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았다. 원래는 외모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 드레스를 입었을 때만큼은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차도준은 이미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인기척에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 나는 호흡이 약간 가빠져 본능적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차도준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는데, 그런 그의 눈빛에는 마치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강렬하고 복잡한 감정이 솟구쳐 있었다. “이… 이상해?”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차도준은 잠시 멍해있다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내 앞으로 걸어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니, 너무 예뻐.” 그 말에 나도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포근하고 따뜻한 감정이 마음속에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역시 넌 안목이 있다니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미소를 지으며 함께 차에 올라 교류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막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많은 비즈니스계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들의 말 한마디에 비바람이 휘몰아칠 정도로 비즈니스계에서 막중한 역할을 자랑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도 차도준을 발견한 그들은 깜짝 놀라워했다. 심지어 차도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차 대표님, 오늘 이렇게 직접 오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그 협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차도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나를 데리고 몇몇 어른들에게 인사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저 옆에 있는 여성분은 누구시죠? 왜 이렇게 낯이 익은 거 같은지…” “모르세요? 저 여자는 바로 연씨 가문의 큰 아가씨는 연은하잖아요. 서씨 가문의 도련님과 이혼하자마자, 차 대표랑 만나다니… 저런 여자를 대표님께서 왜 마음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