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장 치정 멜로

차도준은 나와 함께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서 옷을 산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자마자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그들이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연준영 아니면 연하윤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님께 일러바쳤을 것이다. 어쩌면 한껏 과장되게 묘사했을 수도 있었다. 젖은 옷을 점원에게 버려달라고 한 후, 나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아버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울려 퍼졌다. “지금 당장 집으로 와. 차도준도 같이.” 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차도준은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기 때문에 조금 전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어도 아빠의 목소리가 워낙 우렁찼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차도준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귀찮겠지만 나랑 함께 집에 가봐야겠어.” 차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차도준이 이따금씩 백미러를 통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을 리듬감 있게 두드리는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차도준의 마디가 뚜렷하고 길고 예쁜 손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괜찮으니까 그냥 물어봐도 돼.”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조금 전 임신하지 않았다는 말, 그 말 진짜야?” “응. 나 진짜 임신 안 했어.” 나는 연하윤이 우연히 내가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했던 것을 발견했던 일과, 그런 연하윤에게 내가 진짜 임신한 것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했던 것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차도준은 비로소 마음속의 응어리가 확 풀렸는지 입가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난 또 네가 혼자 서진혁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치정 멜로를 준비 중인 줄 알았어.”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나는 앞길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