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결혼식을 서둘러야 해

연봉길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럼 뭘 어떻게 할 거란 말이야? 아이까지 있으니 서둘러 결혼식을 올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제 배가 불러오면 결혼식을 연기해야 할 거야. 이 녀석아. 넌 정말 엄마, 아빠를 걱정시키지 않을 날이 없구나. 이렇게 큰 일을 벌이면 나랑 네 엄마가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나는 부모님이 나와 차도준 사이의 일을 묻기 위해 부른 건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라니… 너무 갑작스러운 소리에 순간 어쩔 수가 없었다. 차도준도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두 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셔.” 그 말에 나는 차도준을 힐끔 쳐다보고는 서둘러 해명했다. “엄마, 아빠. 오해하셨어요. 전 정말 임신하지 않았어요.” “임신도 안 했는데 그럼 왜 임신 테스트기를 써본 거야?” 연준영은 코웃음을 치며 내 말을 끊었다. “하윤이가 거짓말을 할 리 없어. 네가 임신 테스트기를 쓰는 걸 직접 봤다잖아. 입덧도 여러 번 했고. 당시 임신했냐고 물었을 때 너도 부정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오해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 그러자 연하윤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언니. 엄마 아빠도 괜찮다고 하는데 왜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거야?” 두 사람의 말에 나의 해명은 전부 보 잘 것이 없는 게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나를 이미 들켜버렸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었다. 특히 마치 나를 위하는 듯한 연하윤의 모습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역겨워 났다. 내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차도준은 갑자기 내 허리를 끌어안더니 이내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버님,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반드시 은하와 뱃속의 아이한테 잘해줄 겁니다. 절대 은하를 속상하게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하지만 결혼식은 아직 급하지 않습니다. 은하가 서진혁과 이혼한 후에 결혼식을 올려도 늦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은하의 명성과도 관련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