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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진짜 안 갈 거예요!” 한희정은 눈을 부릅뜬 채 주먹은 꽈악 움켜쥐고 있었고 곧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 한희정의 살기로 가득 찬 시선을 의식하며 고개를 숙인 채 한희정의 움켜쥔 주먹을 바라보던 진명은 가까스로 침을 삼켰다. 그가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아예 한희정에게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절대 한희정에게 맞고 싶진 않았다! “저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진명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선 그냥 맞춰주는 게 좋아, 암튼 합작 문제는 이미 처리해놓았으니 한희정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자고! 그저 한희정과 함께 바람이나 쐬러 가는 거라고 생각한 그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눈치는 좀 있네요!” 한희정은 코웃음을 치며 달갑지 않은 표정의 진명을 끌고 비서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진세연에게 합작 협의와 관련된 자료와 계약서들을 프린트해달라고 했다. 마침 계약서가 필요했던 진명은 만일을 대비해 몇 장 더 프린트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Z 그룹 본사. 한희정은 그녀의 BMW에 진명을 태우고 Z 그룹 본사 문 앞에 도착했다. “진명 씨, 이번엔 운이 좋은 줄 아세요.” 한희정은 코웃음을 치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진명은 의아해했다. 한희정이 입을 열었다. “대학교 선배가 마침 Z 그룹의 홍보팀 매니저라 아마 미리 연락하면 그분이 도와주실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이번 합작은 쉽게 성사될지도 몰라요.” “어쩐지 회의에서 무조건 Z 그룹과 합작하겠다고 고수하더라니, 그런 인맥이 있었던 거였군요! ” 진명은 그제야 깨달았다. “진명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진 않아요, 선배는 한때 저를 좋아했던 사람이라 혹시라도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도 없었을 거라고요!” “그리고 선배의 직급이 그렇게 높지도 않아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한희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자신을 좋아하던 사람과 친구는 달랐다. 만약 이번 일로 신세를 지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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