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비서는 보통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기에 진정한 재능과 학식은 부족했고 발전성도 별로 없다.
그리고 아티스트리 그룹은 그저 예린 그룹 계열의 작은 산업으로, Z 그룹 본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문하준은 홍보팀 매니저로 회사 고위층과 별 차이 없었기에 그가 고작 비서인 진명을 거들떠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 비서님, 저와 희정은 합작 문제에 대해 상의해야 하니 밖에서 기다려주십시오, 비서님은 여기에 계실 필요 없을 거 같아요.”
문하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진명은 어깨를 들썩였다. 어차피 합작에 대해 상의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한희정이 갑자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선배, 솔직히 말하면 임아린 대표님께서 저와 진 비서에게 함께 합작에 대한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지시하셨어요. 진 비서도 담당자이니 함께 상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희정은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문하준은 한때 그녀를 좋아하던 사람이었지만 몇 번이나 사정없이 거절을 당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문하준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라 원래도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만약 진명이 나가고 문하준과 단둘이 남게 된다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문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한희정이 이렇게까지 말한 상황에 다시 진명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희정아, 합작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
문하준이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한희정은 관련 자료들을 문하준에게 건네며 찾아온 이유에 대해 빠짐없이 말했다.
자료를 훑어본 문하준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잠시 침묵에 잠겼다.
Z 그룹은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고급 사치품을 통한 화장품 마케팅 채널을 활용하고 있었기에 만약 아티스트리 그룹에서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티스트리 그룹 화장품은 그 정도 등급이 아니었다. 그리고 회사에도 전례 없는 일이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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