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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죄송하지만 혼인법에 따르면 이혼은 한 달간의 숙려 기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분이 주민등록증이 없으셔서 이혼 절차를 밟을 수가 없으세요...” 여직원이 이혼서류를 마이슬에게 돌려주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이혼에 무슨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고!” “당장 장관 불러, 빨리 수속 밟게!” 손은총이 책상을 치며 노발대발했다. “죄송합니다, 규정 때문에 안됩니다...” 여직원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나한테 그런 게 먹힐 것 같아!” “장관 불러내라는데, 귀먹은 거야?” 손은총이 호통쳤다. 워낙 조용한 장소라 주위 사람들이 괴상한 눈빛으로 그들은 쳐다봤다. 이런 곳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때 살집이 있는 중년 남성이 황급히 달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기분 푸십시오, 직원이 잘 몰라서 그런 겁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죄송합니다...” 중년 남자가 연신 사과를 했다. 그러고는 여직원을 질책했다. ”가은 씨, 이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S 그룹 도련님이세요. 어서 사과하세요!“ S 그룹?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S 그룹은 연간 사업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하는 아주 유명한 회사였다.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회사라 미움을 사지 않는 편이 좋다. 깜짝 놀란 가은은 황급히 일어나 손은총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손은총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주위의 시선을 즐겼다. “유 장관님, 제 여자의 이혼 수속을 빨리 처리해 주세요. 저희 두 사람이 빨리 혼인 신고할 수 있게요!” “네,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중년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진명과 마이슬의 이혼신고를 처리해 주었다. 그들은 바로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할 셈이었다. “당신 너무 멋있어요!” “너무 좋아!” 마이슬의 손은총의 품에 안겨 한껏 애교를 부렸다. 손은총 덕분에 마이슬과 이하란은 체면이 섰다. “저 여자 대체 누구길래 S 기업 도련님이랑 붙어있는 거지!”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봐!” ……. 주위 사람들은 부럽다는 듯이 마이슬을 쳐다봤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질투에 가득 차 있었다. 마이슬은 으스대며 깔깔거렸다. 사람들은 곧 진명이 손은총에 의해 밀려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정 속에 묘한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로 인해 진명은 더욱 큰 굴욕감을 느꼈다. 어디라도 좋으니 숨고 싶었다. 이혼을 마친 진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서둘러 벗어나려 했지만 손은총이 그를 가로 막아섰다. “어디 가려고?” 손은총은 차갑게 웃었다. 진명은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이러세요?“ “아침에 내 여자 시간을 그렇게 많이 빼앗고,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이혼도 하기 싫겠다?“ “내가 쉽게 넘어갈 것 같아?” 손은총의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매달리지 않았어요, 다만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순순히 넘어갈 것 같아?” 손은총은 경멸하듯 웃으며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얘 손 좀 봐야겠다, 사람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겠어!“ 두 경호원은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들은 모두 훈련을 받아온 자였다. 진명은 머리를 감싸며 땅에 주저앉아 웅크리고 있었다. 두 경호원의 주먹과 발은 쉴 새 없이 진명을 향했다. “저 남자 불쌍한 것 좀 봐!” “와이프도 뺏긴 마당에 맞기까지 하잖아!” “저렇게 억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텐데!” ...... 주위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그들은 진명을 가엽게 여기면서도 경멸했다. 모두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는 것들 잘 알고 있었다. S 그룹의 권력이라면 진명의 비참한 미래는 불 보듯 뻔했다. 탁! 바로 그때 밖에서 갑자기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패기 넘치는 롱보디 모델의 롤스로이스 한 대가 도착했다. 뒤에는 검은색 벤츠 두 대가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법원 앞에서 멈춰 섰다. 롤스로이스 문이 열리자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절세미인이 등장했다. 화려한 이목구비,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시크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미인의 뒤에는 경호원 여섯 명이 따라다녔다. 경호원 한 명 한 명이 건장한 체격에다 누가 봐도 싸움 고수들 같았다. “어머, 임아린이다!” “강성시의 4대 미인 임 씨 가문의 임아린이야!” 주변에서는 미인의 정체를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아린은 공인이 아니라 얼굴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임 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에다, 강성시에서 알아주는 4대 미인 중 한 명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누군가가 임아린의 프로필을 읊자 모두가 눈앞에 있는 절세미인이 강성시 모든 남자들의 여신 임아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문에 의하면 임아린은 줄곧 솔로에다 남자친구도 사귀어본 적이 없다는데, 오늘 가정법원에 와서 뭐 하는 거야...” “무슨 일이지?” 주위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듯 임아린을 쳐다보았다. 그 자리에 있는 남자들의 곡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외면한 채, 임아린은 로비를 지나 손은총 쪽으로 걸어갔다. 손은총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가슴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S 기업의 도련님에다 업계 사람인 손은총은 전에 임아린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임아린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꿈의 여신으로 모셨다. 임 씨 가문은 강성시에서 손에 꼽히는 가문으로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대단했다. S 그룹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설령 손은총이 임아린에 대한 마음을 품었다 해도, 그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임아린이 제 발로 걸어왔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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