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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곳은 아주 외진 묘지이다. 귀신은 없지만 늑대가 자주 출몰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그 여자는 방금 물속에서 나와 온몸이 젖어있는데다가 몸 또한 성치 않아 멀지 가진 못할 테다. 곧 깊은 밤에 들어설 텐데,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차 키도 없고 휴대폰도 없는 채로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이것은 진명이 그녀에게 준 벌이다! 배은망덕한 그녀에게 주는 벌! 진명은 성큼성큼 떠났다. “야 이 나쁜 놈아, 너, 날 버리지 마!” 여자는 진명을 쫓아갔지만 전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입으로는 욕을 퍼부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괴로웠다. 부잣집 아가씨인 임아린이 이런 볼품없는 놈에게 시달리다니. “나쁜 놈아! 네가 누군지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임아린이 소리쳤다. 그녀의 한마디에 진명은 더욱 모질게 귀를 닫아버렸다. 진명이 자신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본 임아린은 울먹였다. 구두도 망가졌다. 스산한 바람 때문에 그녀는 젖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음산하고 무서웠다. 늑대가 없더라고 이곳은 무덤이니까 정말로 귀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진명이 죽도록 미웠다. 고귀한 몸인 부잣집 아가씨가 이런 수모를 겪는다니? 멀리 가지 않아 진명은 후회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마 씨 어르신을 구해줬고, 몇 년 동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사실 그가 화난 이유는 마이슬 모녀 때문이다. 화풀이 상대가 필요할 때 마침 임아린과 마주친 것이다. 진명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상대는 여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너무한 게 아닐까? 온몸이 푹 젖은 그녀는 밤새도록 그곳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로 인해 불상사가 생긴다면, 진명은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그래, 그녀를 골탕 먹인 것으로 충분하다. 정말로 여기서 하룻밤을 지새게 할 수는 없었다. 진명은 그녀를 찾아 나섰다. 임아린을 팽개친 곳으로 향했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진명은 서둘러 여지 저기 찾아다녔지만 그녀의 구두 한 켤레 외에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안 돼! 예감이 좋지 않다. 살려달라는 임아린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전력질주해서 달려간 곳에는 방금 전 그놈들이 있었다. 분명 이번에는 임아린을 죽이려 들겠다. 게다가 그녀의 젖은 몸을 보고 어떤 짓을 할지 뻔했다. 진명이 임아린을 찾아냈을 때 그녀는 거의 발가벗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적수가 두 명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임아린의 위에 있는 한 놈에게 바로 발차기를 날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임아린의 몸에는 천 쪼가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애써 가리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진명은 그녀의 몸매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샤워할 때나 몰래 훔쳐봤던 전처 마이슬의 몸매보다 훨씬 훌륭했다. “괜찮아?” 양심의 가책을 느낀 진명은 임아린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주었다. 임아린은 서둘러 몸을 가렸다.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 진명이라니, 그녀는 화가 났지만 이내 수긍하였다. 진명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보고는 소리쳤다. “조심해!” 이미 늦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남자는 훈련을 받아왔고, 진명은 일반인이다. 남자는 진명을 2-3미터 떨어진 곳까지 차버리더니 이내 단검을 꺼내들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라고!” 검은 양복의 남자는 진명의 가슴팍을 밟고는 단검으로 진명을 죽이려 했다. 그의 뒤에서 방금 임아린의 옷을 찢다 진명에게 맞은 남자가 재촉했다. “송 씨, 임 씨 가문의 권력이 너무 커서 곧 우리를 추적해 올 게 뻔해. 시간이 많지 않으니 착오가 생기지 않게 빨리 처리해버려.” 알긴 하나 봐? 송 씨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여색을 탐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임아린은 이미 죽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시비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송 씨는 단검으로 진명의 가슴을 찔렀다. 빨간 피가 사방에 튀었다. 죽어가면서도 진명은 있는 힘을 다해 송 씨의 허벅지를 잡고서는 소리쳤다. “어서 도망가!” “난 이미 죽은 목숨이니 신경 쓰지 마!” 죽기 직전 진명은 임아린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착한 사람이었다. 다음 생에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 진명의 씁쓸한 미소 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쓰라림, 처량함, 그리고 인생에 대한 절망. 임아린은 이 미소를 통해 진명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면은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임아린은 도망가지 않았다. 진명이 죽으면 어차피 본인도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은 진명을 본 임아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비록 진명이 자신을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또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죽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진명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와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붉게 물들였다. 목걸이에 하얀 빛이 번쩍이었다. 부드러운 빛이 상처를 타고 진명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진 씨 가문의 조상이다. 표 씨 가문과 이름을 나란히 하지. 진 씨 가문 중 운이 따르는 후손만이 힘을 가질 수 있다......” 죽음을 앞둔 진명의 머리에는 뒤죽박죽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빛의 반사와 함께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유난히 붉은 홍조가 띠었고 몸에도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임아린, 이제 네 차례야!” 검은 양복의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단검을 들고 임아린을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주저앉은 임아린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조심해!” 뒤에 서있던 놈이 소리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진명이 단검을 주워 들고 벌떡 일어나 검은 양복의 심장을 뒤에서 찔렀다. “너...” 검은 양복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명을 바라보았다. 시체는 눈도 감지 못한 채로 바닥에 쾅 하고 쓰러져 버렸다. 진명은 대체 어떻게 살아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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