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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진명은 낙담했지만 자신이 상대방에게 신세를 진 것을 생각해 결국 기 선생님을 추천해 주었다. 그러고는 두 손에 주먹을 쥐고 작별 인사를 한 뒤 목걸이를 들고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녀석이로구나!” “정말 화가 나 죽겠네!” 진명이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씨 어르신은 책상을 두드리며 화가 나서 눈을 부릅 떴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진명에 대한 좋은 인상도 금세 사라졌다. “당신 너무 화내지 마. 아마 좋은 마음으로 말한 거겠지. 악의는 없을 거야.” 당미숙이 웃으며 위로했다. “호의는 무슨, 분명 나쁜 마음을 품었을 게 뻔해!” “내가 보기에는 할머니께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다리가 마비된 줄 알고 환심을 사기 위해 일부러 우리 서 씨 가문에 아부하려고 한 게 뻔해요!” “할머니께서 그냥 관절 때문에 앉아 계신 건 몰랐겠죠!” 서윤정은 냉소하듯 말했다. “그럴 수 있어.” 서준호는 동생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어쨌든 그들 서 씨 가문은 강성시의 4대 가문 중 하나이고 재산 또한 많으니 진명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 기회를 틈 타 서 씨 가문에 아부를 하는 것도 정상이었다. “됐다, 그 얘기 그만하자!” “준호, 저번에 이미 기 선생님과 오늘 네 할머니 재검을 약속했다. 시간이 다 된 것 같으니 네가 가서 직접 그를 맞이해.” 서 씨 어르신이 분부했다. 그의 아내가 관절에 이상이 생긴 후로 그는 제일 먼저 기 선생을 찾아갔다. 기 선생의 치료를 통해 아내의 상태가 요 며칠 동안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오늘 기 선생이 아내의 두 번째 재검을 하는 날이다. “어르신,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 한바탕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기 선생과 그의 조수는 서 씨 가문의 경호원 한 명을 따라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서 씨 가문의 대저택은 워낙 커서 모두 세 개의 대문이 있었다. 기 선생과 그의 조수는 동문으로 들어와서 방금 떠난 진명과는 마주치지 못했다. “기 선생님, 오셨어요. 제 아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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