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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말을 마친 그는 지팡이를 짚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 서재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진섭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가망이 없어도 포기할 수 없었다. “진섭 아저씨, 할아버지는요?” 익숙한 목소리에 진섭은 정신을 차렸다. 강리나는 옅은 색상의 롱코트에 연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이렇게 예쁘고 훌륭한 아가씨를 왜 둘째 도련님이 좋아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걸어오자 진섭은 급히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며 말했다. “작은 사모님, 잠깐 앉아서 물 좀 마셔요. 어르신께서는 서재에서 공무를 처리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강리나가 자리에 앉자 진섭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둘째 도련님 침실은 2층 제일 동쪽에 있어요. 피곤하면 가서 쉬세요. 저녁 식사 때 제가 가정부에게 부탁해 불러 드릴게요.”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 알겠다고 대답했다. 진섭이 멀리 가자 강리나는 입꼬리를 실룩였다. 그녀는 성시후의 침실에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결혼 2년 동안 혜성 별장에서 지내면서 방을 같이 쓰지 않았다. 성시후는 심지어 그들의 침실 배치도 모르는데 그녀가 어떻게 그의 옛 저택의 방에 갈 수 있겠는가? 기다리는 동안 지루했는지 강리나는 물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 잔에 가득 찬 물을 얼마 지나지 않아 반쯤 마셨고, 순간 알 수 없는 졸음이 쏟아졌다. 그녀는 어젯밤에 야근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피곤해서 오늘 겨우 5시가 넘은 지금 졸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강리나는 눈을 뜨려고 애쓰며 성시후에 전화를 걸었다. 왜 아직도 안 오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전화는 무참히 끊겼다. 강리나는 방금 마음속으로 했던 다짐을 생각하며 피식 웃어버렸다. 하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그녀는 거실에서 자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 성시후의 침실로 갔다. 성시후의 침실은 회백색 위주로 매우 한산했지만 가정부가 일 년 내내 청소해서 그런지 아주 깨끗했다. 그녀는 또 하품하고 몇 초 동안 고민하다가 1인용 소파에 앉아 코트를 벗고 자신의 몸을 덮은 후 스르륵 잠이 들었다. ... 10분 후, 서재. 성시후는 들어오자마자 성남길의 잔소리를 들었다. “내일부터 혜성 별장으로 돌아가 리나와 함께 살 거라.” 그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왜요? 2년 전 할아버지가 결혼하라고 고집부리시더니 이젠 같이 자라고요?” 이성남길은 화를 버럭 냈다. “너... 너 이 자식. 할아버지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너의 사생활이 엉망진창이라는 걸 사람들이 다 알아. 성씨 가문의 체면이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성시후는 입꼬리를 실룩이더니 대답했다. “제 탓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저를 위해 직접 고른 손자며느리에게 왜 그렇게 어리석은지 물어봐요. 그 바보가 2년, 730일 동안 남편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네가 개자식이라 그런 건데 리나랑 무슨 상관이야? 잘 들어. 네가 혜성 별장으로 이사하지 않으면 3년이 지나도 이혼할 생각은 하지 마.” 성시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탁자 위에 물 한 잔이 놓여 있는 것을 본 그는 다가가 깨끗이 마셔버렸는데, 이렇게 하면 마음속의 불쾌함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탁! 성시후는 컵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제가 옮겨갈게요. 1년 후에 이 뻔뻔한 여자랑 같이 있으라고 하면 차라리 죽고 말 거예요!” 성남길은 그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속으로 슬쩍 기뻐했지만 표정 관리를 하면서 말했다. “너만 그런 말을 할 줄 알아? 리나는 너처럼 사생활이 엉망인 놈과 부부가 되고 싶을 거로 생각해? 네가 리나를 꾀어도 너를 상대하지 않을 거야!” 성시후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제 매력을 너무 과소평가해요.” 눈을 흘길 뻔하던 성남길은 성시후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 앞에서 그런 소리 할 거면 그냥 꺼져.” 성시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재 앞에 이르렀을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에 가정부가 방을 청소하다가 네 물건을 건드렸는데 가서 중요한 물건인지 확인해 봐.” “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그냥 잘라버리지 않고 뭐 해요?” “진작 잘랐지. 이런 걸 네가 가르칠 필요 없어.” 그는 더는 말하지 않고 서재를 나왔다. 막 침실 앞에 도착하자 강시후는 갑자기 불편함을 느끼며 마음속이 왠지 모르게 조금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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