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작업실에 분명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게 분명했다. 주아린은 곧바로 고객들에게 연락을 해 직접 제대로 설명했다. 일부 사람들은 그녀를 믿어줬지만 대부분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아 하는 탓에 주아린은 계약금은 환불해 줬지만 생기지도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배상을 요구한 고객들은 장 여사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을 보면 장 여사의 편에 있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남서희가 이대로 넘어가지 못하겠다는 뜻이 명확해 보였다.
며칠 내내 정신없이 바빴던 주아린은 조하영의 전화를 받았다. 집 문제가 해결이 됐다고 했다. 상대는 그 집을 몹시 마음에 들어 했고 당장 집을 보고 싶다고 한 탓에 시간은 빠르게 정해졌고 주아린은 시간을 내 유원 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하고 나서야 집을 보러 온 게 남서희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하영마저도 그녀가 남서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왜, 나를 보니까 놀랍고 의외인가?”
남서희는 세련된 차림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채 턱을 치켜들며 고고하게 굴었다.
주아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하영이 먼저 화를 냈다.
“그쪽 참 뻔뻖네요.”
“당신이랑 주아린이랑 친한 친구인 거 알아요. 하지만 조하영 씨, 그만 간섭하는 게 좋을 거야.”
남서희는 비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 조하영은 안중에도 없는 듯 굴었다. 오늘은 주아린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 목표같아 보였다.
주아린이 조하영을 잡아당기며 남서희를 향해 말했다.
“이 집을 사겠다고요.”
“안 그럼?”
“좋아요. 편하게 둘러보세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시고.”
조하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남서희였다. 남서희가 진짜로 이 집을 살지 말지는 차치해두더라도 오늘 저 태도는 트집을 잡으러 온 게 분명했다.
남서희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 없이 편하게 집을 둘러봤다.
그녀가 떠난 뒤 조하영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로 팔려는 건 아니지?”
“돈만 주면 누구에게 팔든 똑같지.”
그녀에게 있어 이곳은 그다지 미련이 남는 곳은 아니었다. 만약 남서희가 진짜로 원한다면 못 줄 건 없었다.
“돈이랑 척질 사람이 어딨다고.”
조하영이 말했다.
“하지만 저건 딱 봐도….”
“알아, 괜찮아. 난 내가 원하는 걸 얻고 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면 그만이야.”
주아린의 조용한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랫배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조하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가격 올려. 내가 봤을 땐 저 여자도 허진우한테 돈 달라고 했을 거야.”
허진우는 실제로도 여자에게는 늘 통이 컸다.
구경을 마친 남서희가 주아린에게 말했다.
“이 집 내가 살게. 나중에 부동산 사장님이 연락할 거야.”
주아린이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안 팔게요.”
“뭐 하자는 거야? 날 갖고 놀겠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주아린은 당당했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방금전까지 진짜 팔고 싶었는데 지금은 싫어졌어요.”
“너!”
남서희는 화가 치밀었다. 지난번에 허진우가 그쪽으로 문제 있다고 했던 말까지 떠오르자 더 화가 치밀었다.
“주아린,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야?”
“그쪽은 절 모함했는데, 전 반격 한 번 못 하겠어요?”
주아린은 순전히 당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남서희가 계속 걸고넘어진 이상 척은 질 게 분명 했으니 계속 양보만 한다면 남서희는 더 과한 짓만 할 게 분명했다.
“좋아, 주아린. 너 딱 기다려!”
남서희는 분노에 차 문을 쾅 닫으며 떠났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주아린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여 조하영은 얼른 그녀를 부축하며 걱정스레 물었다.
“깜짝 놀랐네. 난 네가 진짜로 팔려는 줄 알았어.”
“직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금방 생각이 바뀌었어.”
“내 말 맞지? 분명 허진우를 찾아갔을 거야. 있잖아, 지난번에 네가 허진우가 안 된다고 했었잖아. 진짜로 허진우한테 가서 물어봤을까?”
말을 잇던 조하영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