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조하영은 화들짝 놀랐다.
“진짜로? 설마, 어떻게 그렇게 재수도 없게.”
주아린은 목소리가 다 달달 떨렸다.
“나 방금 테스트기 해봤는데 양성이었어.”
조하영이 대답했다.
“테스트기도 백프로는 아니니까 내일 병원 가서 검사해 보는 건 어때?”
“나….”
그녀는 별안간 자신감이 사라졌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
“너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아니야, 괜찮아.”
주아린은 혼자 있고 싶었다. 머리도 혼란스러웠고 마음도 복잡했다.
“린아, 진짜로 괜찮아?”
주아린의 목소리에 당황함이 가득가득해 조하영은 조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내일 같이 병원에 가 줄게.”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조하영은 그녀를 이길 수 없어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통화를 마친 주아린은 허진우의 메시지를 받았다.
[서류 하나가 안 보이네,]
[당신한테 있나 봐봐.]
무슨 서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에 전부 정리해서 보내줬었다.
주아린이 답장했다.
[빠진 거 없어. 기사님이 전부 다 가져갔어.]
답장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주아린은 미간을 찌푸린 듯 한참 뒤 전화를 받았다.
“아까 왜 전화 안 받았어?”
주아린이 말을 하기도 전에 허진우의 따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와 잠시 멈칫하다 대답했다.
“빠트린 서류 없어.”
“그래?”
“기사님한테 물어봐.”
허진우는 다른 말을 꺼냈다.
“목소리 왜 그래?”
“별일 아니야.”
주아린은 이 일을 허진우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지금은 이혼까지 한 마당에 진짜로 아이가 생겨도 자신의 일이었지 허진우와는 상관이 없었다. 설령 아이의 친아빠라고 해도 말이다.
허진우는 믿지 않은 듯 차갑게 말했다.
“이제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음 사람 생긴 거야?”
오늘 저녁에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오해한 듯했다.
주아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설령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이혼을 한 다음이야. 안 될 거 하나 없어.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지.”
그 말은 전화 너머의 사람을 말을 성공적으로 눌러버렸다.
주아린은 지고 싶지 않았다. 남서희가 아니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복잡한 일은 없었다.
“난 이미 당신과 이혼했어. 당신 사람 간수나 잘해.”
“무슨 뜻이야?”
“모른 척하지 말고, 응?”
주아린은 괴로웠다. 가슴이 답답할 뿐만 아니라 속까지 뒤집어졌다.
“허진우, 나 바보 취급하지 마. 이미 당신한테 한 번 속은 이상 두 번 속지 않아.”
말을 마친 그녀는 빠르게 통화를 끊은 뒤 허진우의 전화번호와 카톡을 동시에 차단했다.
그녀는 조금 고민하다 고개를 숙인 채 판판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
“네 친 아빠는 나쁜 사람이니까 우리 버리자.”
이튿날 아침, 주아린은 휴대폰을 끈 뒤 병원으로 가 진료를 예약했다. 가는 길이 내내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마주해야 했다.
결과를 본 의사는 그녀에게 답을 주었다.
“임신 5주 차네요.”
주아린은 두 손을 꼭 쥔 채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만감이 다 교차했다.
잠시 뒤, 진료실에서 나온 주아린의 안색은 병원에 오기 전보다도 나빴다.
만약 허진우가 알게 된다면 아이를 싫어하는 그를 봤을 땐 절대로 아이를 남기지 않을 게 분명해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한 시간 뒤, 주아린은 작업실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미연이 그녀에게 말했다.
“오전부터 벌써 고객들이 몇 명이나 연락와서 저희랑 계약하지 않겠다고 의뢰를 취소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계약금은 반환하라고 하면서 배상까지 요구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