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주아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몰랐다.
“아, 남서희!”
조하영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여전히 씩씩댔다.
“내가 들은 얘기가 하나 더 있는데, 너한테 말을 해야 할지….”
“무슨 일인데?”
“남서희 얘기야. 원래 남서희한테 오빠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허진우 단짝 친구였대. 작년에 사고가 났나 봐. 나한테 이 얘기 해 준 친구도 그 바닥 사람이야.”
주아린은 허진우의 그 바닥에 대해 잘 몰랐지만 조하영은 그들과 조금 접점이 있었다. 당시 조하영은 주아린이 허진우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심장이 다 튀어나올 뻔했다. 당시 조하영도 그쪽 바닥에 막 접점이 생길 때였는데 허진우는 그 바닥에서도 제일 신비로운 사람 중 하나였다. 조하영이 그를 알고 있는 것도 그 사람들이 가끔 이런 대단한 인물이 있다고 언급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주아린은 결혼도 작은 술자리도 만들지 않아 조하영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었다. 비록 요즘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초고속으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그 사람은 허진우라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젠 이혼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허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정말 양반은 못 되었다.
주아린은 조하영에게 눈짓했다. 전화를 받고 인사를 하나 허진우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유원 별장 팔려던 거 아니었어?”
“맞아.”
“얼마에 팔게. 내가 살게.”
“….”
“얼마가 됐든, 다 돼.”
주아린이 말했다.
“네가 사려는 건지 누구 선물하려는 건지 물어도 돼?”
허진우는 숨김없이 말했다.
“남서희가 그쪽 환경이 좋대. 주변에 적당한 부동산이 없어서.”
“알겠어.”
그러니 남서희가 갖고 싶어 한다는 게 주원인이었다. 정말이지, 남서희는 진짜로 허진우를 찾아간 것이다. 그러니 남서희가 원하는 게 있으면 다 주는 걸까?
한 이불을 덮고 함께 여러 해를 지냈지만 그녀는 정말로 허진우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린아.”
허진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과거에, 서로 사랑을 나눌 때면 그도 이렇게 다정하게 린아라고 불렀었다. 이렇게 불린 것도 오랜만이었다.
잠시 멈칫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누구든 다 되는데, 너희만은 안 돼.”
허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아린이 말을 이었다.
“이혼할 때 얘기했잖아. 이 방은 내거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내가 누구에게 팔든 그건 내 자유야. 누가 오든 다 되는데 그 여자만은은 안돼.”
“이유는?”
주아린은 냉소를 흘렸다. 이유를 다 묻다니. 명확하지 않은가. 마음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과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것도 남 서희 때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만약 그때 술에 취해 남서희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허진우가 다시 말했다.
“아직 어려서 철이 없는 애야. 아린아, 걔랑 싸울 거 없어.”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걔가 나 뭐라도 돼? 내가 왜 봐줘야 하는데?”
주아린은 참지 못하고 대꾸했다. 이혼하는 그날에도 그녀는 이렇게 화가 나고 서운하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아무것도 몰랐고 결국 따지고 보면 그녀야말로 가장 억울한 사람이었다.
허진우도 성격이 올라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떼 쓰지 말고.”
“분명하게 말해두겠는데, 왜 걔가 갖고 싶다고 하면 내가 팔아야 하는 거야? 누굴 데려온다 한들 절대로 안 팔 거야. 당신은 말할 것도 없어. 당신 체면은 더더욱 안 살려줄 거야. 어디 능력 있으면 나 고소해. 이혼할 때 나한테 준 집 빼앗아 가든가. 그때가 되면 누굴 주든 내 알 바 아닌데 지금은 안 줄 거야.”
주아린은 분노에 손이 다 달달 떨렸고 눈시울도 붉어져서는 씩씩대며 통화를 끊었다.
그녀와 허진우의 대화를 들은 조하영은 얼른 그녀를 위로했다.
“화내지 마. 몸 상해. 그럴 가치 없잖아. 뱃속에 애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