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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그는 짙은 회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쭉 뻗은 몸에 선명한 이목구비, 넓은 어깨 좁은 골반의 허진우는 시선을 내려 그녀를 보고 있었다. 평온한 눈동자였지만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얼마 전에 이혼한 전처를 완전히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굴었다. 공기가 얼어붙은 듯했다. 주아린은 이미 정신이 멍해졌다. 이렇게 빨리 다시 그와 만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혼 이후에 처음 만나는 것인데도 그는 여전히 멋있었다. 순간 속이 다시 울렁거려 주아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올라오는 구역질에 그녀는 황급히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제자리에 서 잇던 허진우는 그녀의 반응에 미간을 찌푸렸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주아린의 얼굴은 창백했다. 스스로도 귀신이나 다름없는 꼴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꼴로 나갔다가는 사람들이 놀랄 게 분명했다. 게다가 허진우가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일부러 한참을 밍기적거리다 나갔다. 복도에는 이미 허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변호사는 그녀의 안색이 좋지 못하자 걱정스레 물었다. “병원에 바래다 드릴까요?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요.” “괜찮아요. 요 며칠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래요.” 변호사가 가까이 다가왔다. “열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변호사가 다가오자 주아린은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오늘 밤에는 실례했습니다. 작업실에 돌아가 봐야 해서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변호사가 조용히 대답했다. “네.” 주아린은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자 머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허진우가 보였다. 손에는 담배를 든 채 피우고 있었지만 시선은 명확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눈빛이며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 같았다. 다음 순간 허진우는 걸음을 옮겼다. 멈춰 선 시간은 수십초도 되지 않았다. 시선을 거둔 주아린은 허진우가 왜 그런 표정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변호사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주아린은 스스로 차를 부르려고 했지만 변호사는 아주 열정적으로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권했고 거절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변호사의 차에 타게 됐다. 왠지 모르게 차에 타자마자 주아린은 속이 또다시 불편해졌다. 참을 수가 없어 손을 들어 입을 막은 채 꾹 누르려고 했다. “주아린 씨, 왜 그래요?” 주아린은 꾹 참으며 말했다. “괜, 괜찮아요.” “토하려는 거예요?” “속이 좀 불편하네요.” 주아린은 조금 불안해졌다. 정말로 임신을 한 건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쩌지, 지워야 하나 아니면 낳아야 하나? 그녀는 조금 망설여졌다. 변사가 물었다. “병원 들릴까요?” “정말 괜찮아요. 집 가서 약 먹으면 돼요.” 주아린은 다시 한번 거절했다. 만약 병원에 간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괜한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그리하여 주아린은 작업실 부근에서 내려달라고 한 뒤 변호사가 떠난 뒤 근처 약국으로 가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작업실로 돌아오자마자 화징실로 향했다. 몇 분 뒤, 주아린은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다. 5분 뒤, 주아린은 쓰고 난 테스트기를 화장실에 버리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그때, 휴대폰이 별안간 울렸다. 조용한 사무실에 크게 울린 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녀는 휴대폰을 가져왔다. 다름이 아니라 허진우였다. 왜 이 타이밍에 전화를 한 거지? 주아린은 받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몇 번 울린 뒤 끊긴 전화는 다시 걸려 오지 않았다. 주아린은 그때 조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정하지 못한 그녀는 조하영에게 말했다. “나, 나 진짜로 생겼을지도 몰라.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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