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그녀와 허진우는 이혼을 한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고 날짜를 계산했을 때 정말로 생겼다면 두 달 전의 그날 밤일 가능성이 컸다.
두 달 전, 허진우는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조하영과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탓에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어 굴곡진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났었다. 검은 머리에 붉은 입술의 그녀는 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날 밤, 그 원피스는 허진우의 손에 찢어졌다. 밤에 안방이 아닌 곳에서 관계를 맺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그때는 조금 절제를 못 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아직도 그날 밤 피임을 한 건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아린은 벼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부터 장 여사의 배송 요구 소식을 들었다. 소위 카피를 했다는 디자인의 비교 사진을 보낸 장 여사는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이 중에는 남서의 때문이 적지 않았다.
작업실의 비서 조미연은 고소를 당한 처지가 되지 조금 당황했다.
“저희 어떡해요? 그 디자인 제가 봤을 땐 문제 없어 보였어요. 전혀 안 닮았단 말이에요. 비슷한 거라고는 색뿐인데, 색상이 같다고 카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주아린은 미간을 꾹꾹 눌렀다. 상대는 자신을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원칙대로 처리해.”
“하지만… 그 장 여사님 남편분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던데, 저희 혹시 밉보이기라도 하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조미연은 이제 막 졸업을 마친 나이라 아직 어려 겁을 내는 것도 정상이었다.
주아린은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그 사람 목표는 나야. 너희는 괜찮을 거야. 정말로 무서우면 요 며칠 휴가 내줄 테니까 쉬어. 일 좀 잠잠해지면 다시 출근해.”
“혼자서 괜찮겠어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게다가 요 며칠 계속 야근했잖아. 그동안 고생햇는데 이참에 푹 쉬어.”
조미연은 비서일 뿐이라 크게 도움을 준 게 없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남서희가 그녀를 노린 탓에 다른 사람까지 휘말려 들어 신경을 쓰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조미연을 퇴근시킨 뒤 그녀는 연락처를 뒤적여 변호사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진 변호사는 또 다른 고객의 친구로, 작업실의 고문 변호사이기도 했다.
겁을 먹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사실 주아린은 당황하긴 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 변호사와 그 이야기를 하자 변호사도 장 여사를 아는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합의할 수 있으면 합의하는 게 좋을 겁니다. 장 여사님 쪽 쉬운 상대 아니에요.”
그의 뜻은 장 여사에게 밉보일 건 없다는 뜻이었다. 정말로 일이 커진다면 어쨌든 그녀에게 불리했다.
물을 마신 주아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소송이 진행되면 저한테 승산이 하나도 없나요?”
“네. 들어갈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그럴 가치 없어요. 게다가 상대는 장 여사예요. 장 여사 남편 같은 사람은….”
변호사는 말끝을 흐렸지만 주아린은 다 알아들었다.
주아린은 더더욱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녀는 이대로 참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일로 작업실에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업실은 그녀 혼자만의 심혈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변호사님.”
말을 마친 주아린은 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영 안 좋았다.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네.”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주아린은 헛구역질을 했다. 거울 속에 창백한 얼굴이 비쳤다. 수도꼭지를 튼 그녀는 찬물로 세수를 하며 잠시 진정한 뒤 벽을 짚으며 화장실을 나서는데 정면으로 오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사과한 그녀는 고개를 들자 보이는 허진우의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에 순간 멈칫하다 머리털이 쭈뼛 섰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정말이지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