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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주아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 그의 팔에 손을 올려 몸을 가누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는 다른 한 손으로 화장실 문을 닫았다.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한 그녀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가줄 수 있어?” 주아린은 그들이 이혼한 사이라는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뭐가 이리 당당한 걸까?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왔다는 걸 모르는 건가? 평소처럼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허진우는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 건강을 회복한 것도 아니잖아. 걱정돼서 그래.” 그는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고 그녀는 다리가 나른한 터라 그와 다툴 기력이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렸다. “뒤돌아 서 있어.” 허진우는 그제서야 손을 놓고 뒤돌아섰다. 주아린은 옷을 갈아입는 게 좀 힘들었다. 비록 치마를 주문하기는 했어도 갈아입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고 심지어 속옷마저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었다. 간신히 옷을 갈아입고 난 그녀는 전에 입었던 옷들을 봉지에 넣었다. “다 됐어. 문 열어.” 그와 거리감이 드는 그녀는 아무런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어조로 싸늘하게 말을 건넸다. 문을 연 허진우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은 채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서릿발 같은 안색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말이다. 오히려 그는 그녀한테 빈정거리고 있었다. “무슨 표정이야? 남들이 봤으면 내가 널 괴롭힌 줄 알겠어?” “굴욕 좀 그만 주지 그래?” 주아린은 그를 흘겨보았다. 지금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설마 전에 줬었던 모욕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남서희 대신 복수하고 있는 건가? “지금 내가 너한테 굴욕을 주는 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게 아니면 뭔데? 비참한 내 모습을 비웃고 싶어서 여기에 남아있는 거 아니야? 그것도 아니면 내가 유산하길 바라고 있는 거야?” 그의 집안 사람들한테 너무나도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녀는 민감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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