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병실은 일인실이라 병상은 하나뿐이었다.
기운이 없는 주아린은 말할 힘도 허진우를 상대한 기분도 아니었다.
허나 존재감이 워낙 강한 허진우는 그녀한테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니 그녀를 숨 막히게 하고 있었다.
“그만 보지 그래?”
주아린은 목청을 가다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허진우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의사 선생님이 몸이 허약해서 안정을 취해야 된다고 했어.”
그의 말투는 잔잔한 물결같이 평온했다.
그로 인해 그나마 달콤했었던 그와의 기억이 떠오른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하지 않았고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아기의 존재를 느끼긴 했으나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내 허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기는 괜찮아. 넌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푹 쉬어.”
모처럼 온화한 말투를 자아내고 있는 그는 눈빛마저 전에 익숙하게 느껴졌던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지 않은 그녀는 그런 그의 태도에 속아 넘어가지도 않은 동시에 자신의 건강과 아기를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아린은 빠르게 잠이 들었고 허진우는 휴대폰을 음소거한 뒤 병원에 남아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
오늘 남성시로 돌아가려 했었는데 그 뒤의 일정을 미룬 것이었다.
휴대폰은 끊임없이 진동을 하고 있자 주아린이 곤히 잠이 들었다는 걸 확인한 그는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더니 남서희 매니저한테서 걸려 온 전화 였다.
“대표님, 이렇게 무례를 범하고 전화를 드려서 죄송해요. 급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남서희 씨가 몇 가지 광고 활동이 잡혀 있는데 최근 건강 상태로 인해 그 활동을 전부 취소하게 됐거든요. 어쩔 수 없이 예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인데...”
남서희는 두 달 전에 우울증이 재발해 계속 집에서 몸조리를 하는 바람에 일을 중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또한 허진우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매니저가 전화를 해왔다는 건 예약금을 낼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위약금은 당신들 계좌로 이체할 거야.”
“고마워요. 대표님,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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