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주아린은 눈빛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안 들으면 안 될까?” 그녀는 여기에 와서 지낸 3개월 동안 생활은 그런대로 유유자적하게 흘러갔었고 그 사람들도 더는 그녀한테 폐를 끼치러 오지 않았었다. 지금의 생활이 그나마 마음에 드는 그녀는 그들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알았어. 궁금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을게. 어차피 꺼내려던 얘기도 그다지 듣기 좋은 말이 아니야. 됐어! 그놈들 얘기 그만하자! 재수 없어!” 그 사람들만 언급하지 않으면 냉수를 마셔도 기분이 좋을 지경이었다. 물을 마시고 나자 화장실을 가고 싶은 주아린은 조하영한테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다. 주아린이 떠나고 나자 황금콩을 와드득 와드득 들이키고 있던 조하양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문 앞을 봤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성시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만일에라도 주아린이 마주치게 되면 얼마나 징그러워할까? ... 화장실을 간 주아린은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했더니 주한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 제 동생이 주아린 씨가 만들어준 반지가 엄청 마음에 든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주아린은 답장을 하고 싶지 않았으나 고객한테 어느 정도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고 여겼다. [고마워요.] 메시지 뒤에 이모티콘도 첨부했다. 그렇게 한 모퉁이를 지나다 그녀는 메시지를 주고받던 주한기와 마주치게 되었다. 주한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뒤로 이내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까지 카톡을 하던 분을 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혹시 식사하러 오신 건가요?” 주아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은은하게 웃음을 띠었다. “네. 반갑네요. 친구하고 밥 먹으러 왔어요.” “남편은 같이 안 왔어요?” “바쁜 분이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서요.” 주아린은 옅은 웃음을 보이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주한기가 대뜸 말을 건넸다. “잠시만요. 주아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