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불분명한 태도만 보이고 있는 허진우의 마음을 그 누구도 꿰뚫을 수가 없었다. 허 여사님을 포함해서 말이다. 허 여사님은 말을 덧붙였다. “서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아무튼 서희한테는 인내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게 좋아. 최대한 관심을 많이 줘야 하거든.” 말을 마치고 난 허 여사님은 휴대폰을 그한테 돌려주었다. “방금 걸려 온 전화를 내가 대신 받았어.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할 곳에 더는 신경을 기울이지 말도록 해. 이별할 거면 깨끗이 이별하란 뜻이야. 그래야 지켜보는 우리도 과거의 일들에 영향을 받지 않을 거 아니야.” 허진우는 휴대폰을 들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린 채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어머니가 하는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 주아린은 허진우하고 남서희에 관련된 일에 더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허 여사님이 하는 말들을 듣고 나자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게 가면 갈수록 무감각해지는 것만 같았다. 허 여사님하고 만남을 약속한 건 오후 시간이었다. 맑은 하늘에서는 산들바람이 간간이 불고 있었고 환경이 우아한 커피숍에 앉아 있는 주아린은 뭔가를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태아를 지켜야 하는 터라 커피를 마실 수가 없으니 그저 물 한 잔을 마셔야만 했다. 제때에 도착한 허 여사님의 간단한 옷차림에서는 부귀한 티가 흐르고 있었고 미모 또한 관리를 잘한 건지 전혀 그 나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손에 걸친 가방은 몇억에 달하고 있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일반인과 전혀 다르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듯했다. 보석 디자인을 전공했던 주아린은 평소에 일반인들이 아닌 중산층의 인물들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허 여사님하고는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그제서야 그녀와 허진우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이혼하기 전에 허진우하고 함께 있을 때 이상했던 기분 또한 오늘에서야 모든 게 명확해진 것이다. 그녀는 정말로 감히 넘볼 수 없는 남자와 결혼을 했었었다. “주아린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