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주아린은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누구한테 더 미움을 살 수가 있겠는가? 설령 그녀가 매끄럽고 예의를 갖추며 말을 한다고 해도 남서희는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려 들 것이고 남서희가 하는 행동에는 그 어떠한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허 여사님한테 교육을 받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녀는 가만히 있어도 남서희가 그녀를 적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허 여사님을 대할 때는 용기가 부족하기만 했다. 이 시점에서 허진우의 가족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주아린이 답이 없자 허 여사님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낸 후 다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주아린 씨, 방금 한 말 다 진심이에요. 저도 주아린 씨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아린 씨도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줬으면 싶어요.” “여사님이 하는 말은 잘 알아들었어요. 그리고 여사님이 걱정하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허진우 씨하고 이혼한 마당에 저도 더는 허진우 씨하고 엮이고 싶지 않아요. 이 아기 또한 제 혼자의 아기이고요.” 그녀는 마음이 움찔하기는 했어도 내뱉은 말들은 확고하기만 했다. 허 여사님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컵을 들어 물은 한 모금 마시며 재차 말을 건넸다. “다들 주제 파악이란 단어를 쓰곤 하더라고요. 특히 일반인들한테는 더더욱이요. 이익과 관련된 일에 어찌 입 한번 쉽게 놀린다고 상대가 믿어줄 수 있겠어요” 허 여사님은 느릿느릿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그리 서둘러 거절할 필요는 없어요. 임신한 기간도 아직 이른 것 같고 시간은 충분하니까 이해관계를 천천히 생각해 보기 바래요.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말고요.” 주아린은 손톱이 살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이를 꽉 깨물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성격인지라 흔들리는 눈빛으로 인해 그녀가 엄청 당황하고 있다는 걸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허 여사님은 시간을 힐끗하고 입을 열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여기 제 명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