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온채원은 눈을 반짝이더니 환한 미소를 짓고선 해맑게 말했다.
“그 사과 받아들일게요.”
온채원은 전형적인 강강약약의 스타일이다.
박태성과 대립될 땐 결코 기가 죽거나 주눅 들지 않았지만 상대가 사과를 했다면 끝까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닌 너그럽게 용서했다.
용서를 해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그가 박민철의 손자이기 때문이다. 온채원은 유독 박태성에게만 남들보다 훨씬 더 관대했다.
박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럼 나랑 별장으로 돌아가자.”
박태성이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온채원을 다시 별장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는 온채원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었고 온채원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딱 질색이다. 그러니 사과는 단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재하의 방법이 꽤 쓸모가 있네?’
그러나 다음 순간 온채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집도 구했고 전 여기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태성 씨가 결혼을 강요받은 걸 몰랐어요. 그동안 폐를 끼쳐서 너무 죄송하네요. 절 싫어하시는 거 아니까 기회가 된다면 제가 꼭 할아버지한테 이혼을 얘기해 볼게요.”
온채원은 유난히 차분했다.
더 이상 박태성과 부부의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으니 그를 바라보는 눈빛마저도 무덤덤했다.
TV속 영화배우를 보는 느낌이랄까? 잘생긴 건 맞지만 어차피 나랑은 상관이 없는 인물이다.
박태성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갑게 변했다.
온채원은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워낙 변덕이 많기도 하고 줄곧 정색하는 게 일상이라 박태성의 표정으로 기분을 알아채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뒤로하고 온채원은 애써 태연한 척 물었다.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 전 밥 먹어야 돼서요.”
박태성의 말투는 싸늘했다.
“응. 없어.”
온채원은 웃으며 손을 흔든 뒤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았다.
그러자 박태성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문 앞에 서서 굳게 닫힌 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