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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피아노곡은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송연아가 다가가 보니 서강호는 곡에 몰입한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연주에 빠져 있었다. 연주가 끝나고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옆자리에 앉혔다. “방금 쳤던 곡, 무슨 곡이었어요?” 서강호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글쎄요, 기억이 안 나네요. 그냥 즉흥적으로 쳤어요.” “아버님이 강호 씨 바이올린은 영 형편없는데 피아노는 잘 친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제가 바이올린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피아노로 갈아탔어요.” 송연아는 피아노를 한 번 살폈다. 이 피아노에는 만화 캐릭터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왠지 그의 물건 같진 않아 보였다. “이 피아노, 강호 씨 거예요?” “이거, 연성준이라는 친구 여동생 거였어요. 전에 연아 씨한테 말한 적 있죠? 제가 집을 나와 떠돌던 시절에 같이 지냈던 친구들 중 한 명인데, 돈 문제로 목숨을 잃었어요.”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호가 가출했을 때 사귀었던 친구 중 한 명이 연성준이었고, 그가 강도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었다. “성준이 부모님이 선생님이셨는데, 사고 전까진 살림이 꽤 괜찮았다고 해요. 여동생이 피아노를 아주 좋아했고요. 근데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친척들에게 보상금이나 집안 돈을 전부 사기당했대요. 그래서 성준이 학교를 그만두고 여동생을 돌봐야 했죠. 그때 저희 넷이 닥치는 대로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그 애 생일에 맞춰 중고 피아노를 한 대 사줬어요.” 그 시절을 떠올리는 서강호의 표정은 쓸쓸하기보단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힘들지만 형제처럼 뭉쳐 지낸 우정이 소중했을 테니까. “그 여동생 말인가요?” 송연아는 예전에 고기만두를 건네주던 짧은 머리에 불같은 성격의 소녀가 떠올랐다. “음... 맞아요. 근데 이름이 뭐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사실 우리 셋하고는 그다지 친하진 않았거든요. 주로 학교에 있었고.” 그가 돌아앉아 송연아를 번쩍 안아 무릎 위에 앉혔다. 그녀의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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