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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병실에서 나왔을 때 이정호는 쭈그려 앉고 있었다. 더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그는 어젯밤 머리를 맞고 피를 흘렸을 뿐만 아니라 한바탕 화도 냈고, 병원을 떠나자마자 다시 돌아왔다. 그는 마음도 아프고 또 분하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버텼다. 이정호는 진심으로 온서우를 사랑하는 듯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왜 예전에는 몰랐던 걸까? 멍청하게 이정호가 자신을 사랑해 줄 거라고 착각했다니. “어때?” 이정호는 송연아를 보자마자 바로 일어나면서 머리를 움켜쥐었다. “손목의 상처는 아주 얕았어. 죽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았나 봐.” 송연아가 말했다.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해?” 이정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야.” 이정호는 송연아를 노려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어젯밤에 결혼해 준다고 해서 엄청 설렜지?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분증 들고 구청으로 가서 날 기다렸는데 내가 안 왔겠지. 그래서 지금 엄청 화가 난 상태라 말을 그렇게 하는 거지?” 송연아는 이정호를 바라보았다. 이정호는 자신감이 너무 넘쳤다. “조금만 기다려. 서우 일을 다 처리하고 난 뒤에 다시 우리 일을 얘기하자.” 송연아는 숨을 내쉬었다. “네가 어젯밤 나한테 프러포즈했다는 사실, 서우 씨에게 얘기했어.” “뭐라고?” 이정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왜 걔한테 얘기해? 서우는 지금 내가 필요하다고!” “왜? 나랑 결혼할 생각이면서 서우 씨에게는 비밀로 하게?” “그,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얘기해야지!” “그래.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서 네가 직접 얘기하든가.” 말을 마친 뒤 송연아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한 명은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그녀에게 보상하겠다고 하다니. 그녀를 똥개로 아는 걸까? ‘그래. 어디 한번 해봐. 마지막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 송연아는 오전 내내 환자들을 진료한 뒤 조슬기와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어젯밤 온서우 씨가 자살 시도를 해서 우리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 퍼졌어요. 그런데 여론이 금방 잠잠해지더라고요.” 조슬기는 작은 목소리로 송연아에게 말했다. “그래요.” 온서우는 온씨 일가의 딸인 데다가 이정호가 도와주니 그 정도 여론은 충분히 잠재울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온서우 씨가 현민수 씨와 바람을 피웠고 배 속의 아이도 현민수 씨 아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그래요.” “어떤 네티즌은 이정호 씨가 이성 그룹 둘째 아들인데 그런 사람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받아줄 리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쯧쯧, 사랑은 사람을 눈멀게 한다잖아요. 전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송연아는 점심 내내 떠도는 소문들을 들었고 그녀가 모르는 소문도 알게 되었다. 현민수의 아내는 꽤 지위가 높은, 온서우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인 듯했다. 그러니 현민수가 온서우를 위해 아내와 이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후가 되자 송연아는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 병실을 돌아보다가 VIP 병실로 향했는데 이정호가 고개를 숙인 채 사과 껍질을 깎고 있는 게 보였다. 온서우는 아주 큰 병을 앓는 사람처럼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송연아 씨, 왔어요.” 송연아가 들어오자 온서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송연아는 병상 앞에 서서 그녀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가슴이 답답해요.” 청진기를 대고 들어봤는데 심장 박동은 정상이었다. “심전도 한 번 찍어볼게요.” “네.” 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을 나서려는데 온서우가 그녀를 불렀다. “연아 씨, 저랑 정호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컸어요. 그래서 전 지금까지 제가 정호를 그냥 단순한 소꿉친구로 여기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최근에야 깨달았어요. 사실 전 정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요.” 송연아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정호가 바로 옆에 있는데 갑자기 그녀를 불러서 고백을 하다니. 역시 배우라서 그런지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듯했다. 송연아는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온서우가 연기하는 걸 지켜봤다. “그동안 전 정호에게 마음의 빚을 많이 졌어요. 그래서 꼭 그 빚을 갚고 싶어요. 우리 결혼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예요. 이번에는 진심으로 정호랑 결혼하려는 거예요.” 송연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정호를 힐끗 보았다. 이정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사과 껍질을 깎고 있었다. “이정호, 귀가 먹은 건 아니지? 왜 아무 말이 없어?” 이정호는 고개를 들어 송연아를 노려보았다. 송연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온서우를 바라보았다. “그래서요?” 온서우는 베개 아래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그녀는 송연아를 힐끔 보더니 그녀에게 수표를 내밀었다. “정호는 연아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건 연아 씨도 알고 있겠죠. 사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연아 씨는 제삼자예요. 연아 씨는 8년 동안 정호를 만났죠. 이 2억은 그에 대한 보상이에요.” 송연아는 시선을 내려뜨려 수표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녀가 제삼자였다니. 그녀의 8년이 겨우 2억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부족해?” 이정호가 입을 열었다. 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정호는 온서우처럼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듯 오만한 표정을 했다. “부족한데.” 송연아가 말했다. 이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 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냈다. “안에 10억 들어 있어. 이 정도면 충분하지?” “부족해.” 송연아가 말했다. “하, 송연아. 네가 그렇게 비싼 줄 알아?” 송연아는 허리를 숙여서 온서우가 건넨 수표와 이정호의 카드를 받았다. 그녀는 수표와 카드를 바라보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마지막에 송연아는 카드를 이정호에게 던지고 수표만 챙겼다. “이 2억은 보상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는 거야.” 송연아는 이정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만난 지 2년 됐을 때, 넌 집안과 갈등이 생겨서 가출을 했었지. 넌 그때 창업해서 널 얕보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지. 그런데 창업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했고 그때의 넌 돈이 없었어. 그래서 난 우리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팔아 너에게 2억 원을 지원했어.” 송연아는 수표를 들었다. “그 2억 원의 이윤은 네가 열심히 날 만족시킨 걸로 돌려받은 셈 칠게.” 이정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송연아!” “내 사랑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어. 이정호, 넌 그걸 영원히 갚지 못할 거고 앞으로는 받지 못할 거야.” 송연아가 수표를 들고 병실 밖으로 나가는 데 모자를 쓴 남자가 입구에 서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는 송연아가 나오자 바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거기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한 간호사가 남자를 향해 외쳤다. 병실 밖으로 나온 송연아는 남자가 멀리 도망치는 걸 보았다. 아마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캐고 다니는 파파라치인 듯했다. 그러나 송연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연예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송연아는 흥분한 얼굴로 아는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 “지윤 씨, 저 부모님이 물려줬던 집을 다시 사고 싶어요. 지금 그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팔 생각이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있나요? 시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살 수도 있어요.” “그 집 계속 비어 있어서 달리 쓰이는 데가 없을 거예요. 어쩌면 팔려고 할지도 몰라요. 제가 한 번 연락해 볼게요.” 그 집은 부모님이 물려준 집이었는데 송연아는 당시 이정호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고 팔았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돈을 모으게 되면 그 집을 반드시 다시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그녀는 이정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당시 자신이 원해서 2억을 준 거로 생각해 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 이정호는 송연아가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팔아 그의 창업 자금을 대줬다는 걸 알면서, 회사가 잘 되고 나서도 그 집을 다시 사서 송연아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송연아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조슬기가 그녀를 찾아왔다. “연아 선생님, 선생님 신상이 털렸어요!” 송연아는 당황했다. 서둘러 휴대전화를 켜보니 실검에 오른 게 보였다. 실검을 클릭하니 영상 하나가 떴다. 조금 전 그녀가 온서우의 병실에서 수표를 들고나왔을 때 찍힌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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