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네, 맞아요.” 내가 뭐라고 반박하려는데 그가 낮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참을 수 없거든요. 가까워지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흔들고 싶어요.” 그의 말처럼 사랑이란 감정은 누가 통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아마 진형우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순간 할 말이 없어져서 입을 다물었다. 진형우는 나를 놓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고요.” 말을 마친 그는 손가락으로 내 핸드백을 가리켰다. “방 키 줘요. 내가 문 열어줄게요.” “괜찮아요.” 정신을 차린 나는 재빨리 그와 거리를 벌렸다. “내가 할 수 있어요.” 나는 다급히 키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윤서아가 객실에 왔을 때, 난 이미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발소리를 죽여 안으로 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본 윤서아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자고 있네. 내가 와도 할 일이 없잖아.” 그 말을 들은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아마 진형우가 보내서 온 것 같았다. 어쩌다가 이 남자랑 엮이게 된 걸까? 나는 온갖 고민을 하다 잠에 들었다. 꿈 속에서 부모님 사고 현장을 본 것 같았다. 진짜 사고 현장에 가본 적은 없지만 교통대에 있을 때 그들의 사건을 파다가 현장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그 장면은 내 악몽이 되었다. 처음 강씨 가문에 들어갔을 때 자주 꿈을 꾸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꿈에 나오지 않다가 오랜만에 다시 악몽을 꾸게 된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직 날이 밝기 전이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다섯 시였다. 최근에 항상 이 시간에 깨는 것 같다. 핸드폰에는 부재중전화와 문자가 잔뜩 들어와 있었다. 아마 무음으로 설정해 놔서 못 들은 것 같았다. 대부분 세정이와 미연 이모였다. 그분이 나한테 무슨 볼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강지훈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일단 세정이에게 먼저 연락하기로 하고 카톡을 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