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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예상했던 대로 이모님은 전화를 받자마자 나에게 집에 와서 밥 먹고 가라고 하셨다. 사실 그건 핑계고 나한테 꼭 할 얘기가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이모, 최근에는 힘들 것 같아요. 놀이공원 시공이 아직 진행 중이라 매일 야근을 해야 해서 힘들어요. 쉬는 날 한번 찾아뵐게요.” 나는 에둘러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훈이 녀석이 문제야. 왜 하필 그렇게 빠듯한 프로젝트에 너를 파견해서는… 그거 급하게 안 한다고 회사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중에 내가 지훈이 혼내줘야겠어.” 미연 이모는 짐짓 화가 난 것처럼 넋두리했다. “이모, 그 사람 탓이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정이었어요.” 나는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지훈도 우리가 헤어진 일로 일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았다. “알았어. 일이 중요하지.” 이모는 못내 아쉬운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많이 상하셨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마 그 집에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점차 나한테 실망하시다가 포기할 거라고 믿었다. 인간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부모님과의 생이별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윤서아와 아침을 먹으러 나갔는데 진형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우리랑 같이 현장에 가본다고 하셨는데 어쩐 일로 먼저 가셨대요?” 윤서아가 불만스럽게 한마디 했다. 내가 말이 없자 그녀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언니, 진 팀장님 언니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제 나한테 언니 방 가서 보살피라고 한 것도 그렇고… 설마 어제 술도 팀장님이랑 마신 거예요?” “그건 아니야!” “그런데 팀장님은 언니 술 마신 거 어떻게 아셨대요?” 윤서아는 굉장히 궁금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 “내가 술 취한 거 봤거든.” “아… 그랬구나.” 윤서아는 말끝을 길게 흐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보지 마. 나랑 팀장님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나는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선을 그었다. 윤서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알거든요. 비록 진 팀장님 잘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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