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나는 정신이 확 들었다.
두 남자 사이에 낀 여자라니.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나는 어쨌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강시준과 내가 남녀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만약 둘 중에 꼭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진형우였다.
강지훈랑 결혼식장까지 들어갈 뻔한 사이인데 그와 헤어졌다고 바로 형과 교제하는 건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오빠, 나 피곤해.”
오빠라는 말에 강시준은 꽉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진형우는 내 손을 잡은 채로 안으로 끌고 갔고 나는 강시준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인지 나는 계단을 오르다가 저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었고 진형우는 그대로 나를 안았다.
“내려주세요.”
나는 진형우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
“저 사람 포기하게 하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진형우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강시준의 애절한 얼굴이 떠오르자 나는 진형우의 품에 안겨 가만히 있었다. 아무나 붙잡고 연해할 수는 있지만 강시준은 절대 그 범주에 속할 수 없었다.
나에게 그는 친절한 오빠였고 가족과도 같은 사이였다. 이는 연애감정보다 더 소중한 감정이고 그것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다.
강시준은 쉽게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다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만약 내가 강지훈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었다고 오해한다면 아마 포기하고 다른 사람 찾아 떠날 것이다.
결국 진형우는 나를 안은 상태로 방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강시준을 밀어냈던 것처럼 그와도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가 나를 내려놓으려던 순간 나는 오히려 그의 옷깃을 꽉 잡고 용기를 내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진형우 씨는 참 잘 생겼어요.”
그리고 과감하게 말했다.
“알아요.”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했다.
나는 술기운을 빌어 그의 날렵한 코끝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형우 씨는 주변에 여자도 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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